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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전화를 끊고 박서준은 밖에 있는 강영욱을 불러들였다. “네가 가서 사모님을 데리고 올라와.” 사모님? 강영욱은 눈을 깜빡이며 마치 박서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가 막 말을 꺼내려다가, 박서준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고 그만 말을 삼켜버렸다. “바로 가보겠습니다!” “잠깐.” 박서준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영욱은 곧바로 뒤돌아섰다. “대표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 바꿔, 인사과에서 사람 찾아서 교체하라고 해.” 백아린이 방금 한 말이 생각이 나서 박서준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똑똑한 사람으로 바꿔.” 강영욱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이 순간이라도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백아린은 옆에 있던 권은비를 넘어 곧바로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어갔다. 방금 박서준이 그녀에게 걸려 온 전화가 거리가 있어서,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은 누구한테서 걸려 온 전화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백아린이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자, 두 사람은 즉시 다가가 가로 막았다.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고 얘기했잖아요!” 권은비는 다가오더니 유유하게 말했다. “됐어요, 막지 마세요. 너는 나랑 같이 올라가자.” 백아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툭툭 튀는 관자놀이를 참으며 말했다. “이 사람은 예약했어, 왜 마음대로 올라갈 수 있는 거야?”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경멸하듯 백아린을 바라보았다. “이 분은 저의 대표님의 여자친구예요. 당연히 예약이 필요 없죠. 당신은 뭐라고 감히 권은비 씨와 비교해?” “대표님의 사업 파트너로!” 강영욱의 목소리가 갑자기 나타나 두 명의 데스크 직원을 깜짝 놀라게 했다. 평소에 항상 웃고 있는 강영욱이 소리 없이 그들 뒤에 나타났고 오늘따라 유난히 표정이 엄숙했다. “강… 강 실장님…” 프런트 데스크의 표정은 약간 안절부절 못했다. 권은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강 실장님께서 내려오실 필요가 없는데, 제가 백아린 씨를 데리고 올라가면 되는데요.” 강영욱은 그제야 옆에 서 있는 백아린을 주의하게 되었다. 그의 표정은 잠시 어리둥절해지더니 마치 그녀가 여기에 나타나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 같았다. 박서준의 지시가 생각이 나서 그는 단지 권은비를 향해 예의 있게 웃고 나서, 뒤돌아서 백아린을 향했다. 그는 백아린에게 설명했다. “대표님께서 방금 회의를 마쳤고, 휴대전화를 무음모드로 설정해서 사모님의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대표님은 지금 사무실에 계셔서 저랑 같이 올라가시지요.” “맞다.” 강영욱은 말을 잠시 멈칫하더니 옆에 있던 프런트 데스크 직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인사과에 가서 급여를 결산해.” 그 중의 한 직원이 얼굴이 창백해졌다. “강… 강 실장님, 이건 무슨 뜻이에요! 우리가 이 사람을 제지하는 것도… 회사의 규정에 따라 처리한 것인데…” 강영욱은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회사의 규정은 당신들 보고 파트너 회사의 직원을 비방하라는 것이었어?” 말을 마치고 더는 그 두 직원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내밀어 백년만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권은비의 얼굴에는 약간 당혹스러운 기색을 띠며, 몰래 손을 꽉 쥐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선 백아린은 갑자기 답답함을 느끼며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옆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엘리베이터가 대표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자, 강영욱은 즉시 백아린과 권은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똑똑똑. 강영욱은 문을 두드리고 나소 문을 밀었다. “대표님, 백아린 씨께서 오셨습니다. 권은비 씨… 는 대표님의 점심을 가져다주러 오셨습니다.” 권은비는 한 발 앞서 박서준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몸짓을 흔들고,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서준 씨, 이건 제가 직접 만든 요리야. 당신이 점심에도 바쁘다는 걸 알아서 특별히 당신한테 가져다주러 왔어.” 백아린은 두 사람이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고 서류를 들고 곧바로 휴식 테이블 옆의 소파에 앉았다. 방금 전에 사람이 들어온 이후로 박서준의 주의력은 전부 백아린에게 쏠려있었다. 문득 그녀의 안색이 창백하는 것을 눈치챈 박서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일어섰다. 권은비가 보온 도시락통을 건네려는 순간, 박서준은 그녀를 스치며 지나가서 맞은편 소파에 앉은 것을 보았다. “점심은 먹었어?” 박서준이 그녀에게 물었다. 백아린은 소파 한쪽에 기대어 손에 든 서류를 그에게 건네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박 대표님께서 만약에 저를 밑에서 2시간 동안 기다리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에는 벌써 먹었을 거예요.” 탁. 권은비는 도시락통을 가볍게 테이블 위에 놓고 백아린을 슬쩍 바라보면서 나무라는 말투로 말했다. “서준 씨 탓할 수도 없잖아요. 이 사람은 업무가 바빠서 백아린 씨가 먼저 예약을 했어야죠.” “누구는 안 바빠?” 백아린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비웃듯이 말했다. “아, 내가 깜빡했다. 당신은 대스타이고 일이 바쁘지가 않아서 밥 배달을 할 시간이 남아돌아 가네.” 권은비는 백아린의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박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보온 도시락통을 열자 안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바로 풍겨 나왔다. 하필 권은비는 챙기는 척하면서 백아린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마침 백아린 씨도 점심을 먹지 않았으니, 같이 드실래요?” 그녀가 막 박서준의 옆에 앉으려고 하자, 맞은편에서 하얀 손이 뻗어와 그녀 앞에서 도시락통을 가져갔다. 권은비가 반응하기도 전에, 백아린은 이미 젓가락을 집어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권은비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욕설을 끝내 참았다! “백아린 씨, 이게 무슨 뜻이에요!” 백아린은 그릇을 들고 그녀를 향해 눈을 깜빡거렸다. “당신이 같이 먹자고 한 거 아니었어요?” “난!” 권은비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다가 돌아서서 박서준의 팔짱을 꼈다. “서준 씨, 내가 다음에 다시 만들어다 줄게. 백아린 씨가 이렇게 배고파하니 먼저 먹으라고 하자.” “이따가 일 마치면 같이 부근의 식당에 가서 밥 먹자.” 이번에는 백아린 앞에서 박서준은 권은비가 낀 팔짱을 피하기 않았다. 시선은 맞은편에서 머리를 숙이고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머무르며 아무렇게나 ‘응’하고 답했다. 박서준이 자기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한 권은비는 마음이 설레며 목소리를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 일식집으로 가자, 엄청 맛있어.” “마음대로.” 박서준은 담담하게 답했다. 권은비의 이런 다정한 모습은 자신을 박서준의 정식 여자친구로 여기는 듯했다.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숙여 밥을 먹고 있던 백아린은 가슴에서 올라오는 씁쓸한 감정을 억누르고 한 입의 밥을 삼켰다. 열이 나서 약간 어지러운 머리가 이때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이유 없이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오래된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항상 박서준이 그녀에게 보였던 그 차갑기만 한 얼굴이었다. 백아린은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을 주었고, 목구멍은 마치 솜뭉치로 막힌 듯 답답해져서 눈시울 약간 붉어졌다. 탁! 백아린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눈을 들었을 때에는 차가운 눈빛을 띠었다. “다 먹었어.” 권은비는 비꼬는 눈빛으로 보온 도시락통을 힐끗 보았다. “백아린 씨께서 좋아하시니, 이 도시락통을 가져가서 남은 음식을 저녁에 드세요.” “별로 안 좋아해.” 백아린의 차가운 시선은 권은비의 얼굴에 머물렀다. “대관원의 음식은 그냥 그래. 다음에는 다른 곳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게 좋을 거야.” 허공에서 백아린에게 세게 뺨을 맞은 듯한 기분이 권은비는 얼굴이 화끈거리며 아파왔다! 권은비는 체면이 구기더니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성을 냈다. “백아린 씨! 저를 비방하지 마세요. 이 음식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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