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4장

권은비는 그녀의 욕설에 말대꾸도 못하고 그저 난처하게 아직도 말싸움을 하려던 박나정을 잡아당기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정 언니, 우린 이런 아랫것들이랑 따지지 말아요, 너무 격 떨어져요!” “그냥 부장님을 불러서 걔를 쫓아내라고 해요. 언니는 VIP 고객이잖아요. 걔 때문에 우리가 쇼핑하는 기분을 망치지 말아요.” 박나정은 이를 악물더니 결국에는 백아린과 말다툼할 생각을 접었다. 곧바로 지시적인 말투로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부장, 당신네 매장에 한 무례한 고객이 내 쇼핑 의욕을 완전히 망치고 있어. 당장 내려와서 이 사람 내보내!" 백아린은 그녀가 전화를 끊고 거만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즐기듯 바라보며,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옆에서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타이핑하고 있는 서하영을 바라보았다. 백아린의 시선을 느낀 서하영은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OK’라은 사인을 보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직원은 한참 동안 듣다 나니, 이건 재벌 집안 사이의 기싸움이라고 대충 파악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계산을 해보니, 결국 혈연상으로 누이라는 박나정이 이미 쫓겨난 전처인 백아린보다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박나정의 곁으로 다가가, 간절하게 그녀에게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보여주면서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고객님, 고객님께서 어떤 차종을 구매하실 계획이신가요? 저는 2년 경력의 베테랑 직원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박나정은 방금 들어올 때 이 직원이 백아린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즉시 눈썹을 치켜올리며 태블릿을 뒤적이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내가 사려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권은비 씨가 사려는 거야. 이 분은 내 미래의 올케이자, 두성 그룹의 후계자가 될 약혼녀야. 이분을 잘 모시면, 앞으로 당신에게도 승진의 기회가 올 거야!” 직원의 눈빛이 순간 번쩍이더니 곧바로 권은비의 곁으로 몸소 다가가 아첨을 했다. “알고 보니 권은비 씨였네요! 어쩐지 이 아름다운 분이 낯이 익다고 했습니다. 권은비 씨가 해외에 계실 때 저는 당신의 영화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나중에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권은비는 그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온화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이죠, 저의 작품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권은비 씨의 기품이 정말 남다르네요. 그저 신분 상승 했다고 생각하는 그런 시정잡배와는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시정잡배’인 백아린은 전혀 개의치 않고 심지어 서하영의 끌고 앞에 있는 차의 차문을 열려고 했다. “나는 이것이 괜찮은 것 같은에…” “뭐 하는 거야?!” 직원이 갑자기 앞으로 달려들어 백아린의 손을 세게 쳐내며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 살 돈 없으면 당장 꺼져! 함부로 손대지 마, 안 그러면 경찰 부를 거야!” 백아린은 그가 손등을 세게 친 탓에 순식간에 손등이 붉게 변했다. 반격하려던 찰나, 멀리서 보안 요원을 데리고 황급히 다가오는 부장을 보게 되었다. 박나정은 즉시 백아린과 서하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부장, 이 두 사람이야. 어서 빨리 그들을 밖으로 내쫓아!” 장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백아린의 앞으로 걸어갔는데, 모양새가 유난히 무서웠다. 매장 직원은 속으로 기뻐하며 서둘러 장부장의 앞으로 다가가 공을 인정받으려 했다. “장부장님, 이 두 여자 물건도 사지 않고 여기서 매장의 고급차까지 망가뜨리려고 했습니다. 다행해 제가 막았지만, 절대로 이대로 넘어가지 마세요!” 장부장은 고개를 휙 돌더니 직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직원은 그 눈빛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장, 장부장님, 왜 저를 그렇게 쳐다보세요… 제가 무슨 잘못한 것 있으신가요?” 장부장은 갑자기 손을 들어 직원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 “석민아, 명색의 2년 베테랑 직원인데, 이런 기본적인 처세술도 없단 말이냐? 내가 너를 정말 잘못 봤구나!” “보안, 애랑--" 장부장은 돌아서서 뒤에 있던 권은비와 박나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들 둘 같이 밖으로 내쫓아.” “블랙 카드 고객님의 쇼핑에 폐 끼치지 마!” 박나정은 순간 당황해 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장부장을 확 잡아당겼다. “장부장,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VIP 야, 내쫓아야 할 사람을 그 둘이라고!” 장부장은 팔을 빼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박나정과 거리를 두며 그녀를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박나정 씨, 정말 죄송합니다. 당신은 VIP 초급 회원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블랙 카드 회원이신 이분께서는 당신의 VIP 자격을 박탈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는 문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나가라는 인사를 했다.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박나정은 경악하는 눈빛으로 백아린과 서하영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어떻게… 그럴 리가 없어! 그건 전국에 단 30명만 있는 블랙카드인데!” 서하영은 두 손으로 팔을 감싸며 유유히 백아린의 곁으로 다가가 피식하고 웃었다. “저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네요. 최상위 재벌가인 박씨 가문의 장남 집안의 큰딸이라면서, 여태까지 자동차 대리점에서 겨우 평범한 VIP 회원이라니?” 박나정이 대꾸하려 하자 권은비는 얼른 박나정의 팔을 잡아당겨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나정 언니, 화내지 말아요. 그 카드가 어떻게 그들의 손에 들어갔는지 누가 알았겠어요? 제가 알기로는 서준 씨도 블랙 카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어떤 사람이 여기서 남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걸 수도 있어요!” 박나정은 마치 구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서둘러 권은비의 손을 잡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맞아! 분명 그들이 서준이의 이름을 도용한 거야. 은비야 어서 서준이한테 전화 걸어. 서준이 보고 이 두 썅년을 혼내 주라고 해!” 권은비는 박나정의 재촉에 표정인 약간 어색하지만, 지금 백아린 앞에서 기죽는 것은 그녀의 체면을 구기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절대로 이 썅년한테 밀릴 수 없었다! 전화가 ‘뚜’하고 연결되더니 곧바로 끊겼다. 대리점 안에는 긴 전자음이 울려 퍼졌고, 권은비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아마… 아마 서준 씨가 지금 회의 중이어서 차단했나봐요!” 권은비는 포기하지 않고 연이어 세 번 더 전화를 걸었다. 마침내 장부장이 짜증을 내며 사람들을 쫓아내려던 참에, 일곱 번째 전화가 연결되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상대방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권은비는 부드럽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서준 씨, 지금 회의 중이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권은비의 얼굴이 잠시 난처해지더니, 곧바로 부드럽고 다정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 모습을 본 서하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견디다 못해 백아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역시 배우는 배우였어. 얼굴이 창백해졌는데도 저렇게 한없이 다정한 척을 하다니!” 백아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 박서준 같은 개차반 성격은 저런 변장의 달인과 잘 어울려. 천생연분이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은비가 목소리를 가늘게 내며, 아주 서운한 목소리로 애교 부리며 말했다. “서준 씨, 당신 벤츠 매장의 블랙 카드가 다른 사람에게 도용된 건 아닌지 확인해 봐?” 그녀는 이따금씩 백아린을 향해 힐끔거리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아니, 별일 아니야. 그저 나정 언니가 내가 같이 차 사러 왔는데, 마침 백아린 씨를 만나게 되었어. 아린 씨가 굳이 자기가 블랙 카드 회원이라고 우기면서 나랑 나정 언니를 내쫓으려고…” 서하영은 듣다가 웃으면서 돌연 목소리를 높혔다. “권은비 씨, 다시 말하는데, 그건 내 블랙 회원 카드야. 박서준이랑 무슨 상관이야?!” 전화 건너편 상대방이 목소리를 예민하게 잡아낸 듯, 권은비에게 무뚝뚝하게 명령했다. “스피커 열어.”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