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백아린은 한편으로 벤츠 대리점의 직원의 소개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서하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사람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에. 전에 이혼하지 않았을 때는 맨날 내가 그의 돈을 훔칠까 봐 경계하더니, 진짜 이혼하고 나니까 오히려 이상하게 돈을 보내기 시작했어. 왜 그러는 걸까?”
백아린은 눈동자를 구르더니 결론을 내렸다.
“그는 아무래도 합벅적이지 않는 남녀 사이에 금전이 오가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
직원의 소개하는 소리가 갑자기 멈추더니,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가며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필 백아린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진지하게 물었다.
“이것이 매장에서 가장 저렴한 차인가요?”
“보통 사무직을 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적합한 차종이죠.”
직원은 말을 꺼내려다 망설이며 참다못해, 결국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고객님, 저희 매장은 수입 벤츠 대리점이어서, 가장 저렴한 차라도 가격이 8천만에서 1억 사이입니다.”
“네, 알겠어요.”
백아린은 약간 이상하다는 듯이 직원을 훑어보았다.
“난 당신네 매장의 차가 저렴하기에 온 거야.”
직원은.
“…”
그는 백아린이 괜히 말썽을 피우러 온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여자는 얼굴이 텔레비전 속 스타보다도 더 화려하고 세련되었지만, 옷차림은 단순한 후드티에 반바지, 그리고 운동화 한 켤레였다.
얼핏 보아도 그녀의 옷차림은 기껏해야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저 이제 막 사회에 나온 대학생일 뿐이었다.
이 생각에, 매장 직원은 더욱 백아린이 돈도 없으면서 고급차 매장에 와서 허세를 부리려는 어린 여자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그래서 말투도 점점 불친절해졌다.
“고객님, 진심으로 차를 구입하고 싶으면 나가셔서 왼쪽으로 가면 폭스바겐이 있고 맞은편에는 비야디 매장이 있으니, 당신 같은 소비계층에 맞는 차입니다.”
백아린이 막 고마워하려던 찰나, 직원이 약간의 불만을 담아 다음 말을 내뱉었다.
“만약 본인 조건이 안 된다면, 자중하는 게 좋지,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 가게에서 억지로 허세 부릴 필요는 없잖아요.”
백아린은 잠시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하다가, 매장 직원이 자신의 의도를 오해한 것임을 깨닫고 설명하려던 참에, 뒤에서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내 동생한테서 돈을 떼먹고 차를 사기 시작했어!”
박나정은 권은비의 팔짱을 끼고 로비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고, 뒤에는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갖추는 대리점의 부장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백아린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한참 동안 살펴보더니,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적어도 롤스로이스는 아니더라도 포르쉐 정도는 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싼 벤츠를 보러 올 줄이야…”
“우리 동생네 집 도우미 아줌마도 이 보다는 좋은 차를 몰고 있는데.”
백아린은 어젯밤 가족 모임에서 이미 박씨 집안 식구들을 모조리 창피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박나정과 말다툼하는 것조차도 귀찮아했다. 그래서 서하영을 데리고 다른 매장으로 가려고 했다.
옆에 있던 매장 직원도 박나정의 비꼬는 말에 자극을 받아, 애초부터 백아린에게 느끼던 불만이 더욱 커져서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홱 덮었다.
그러고 나서 백아린을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짜증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살 돈이 없으면 진작 말하지, 괜히 다른 사람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하고, 이제 와서 필요 없다고 하면 남이 일하는 시간이 시간이 아닌가요?”
이 불평 섞인 말이 박나정과 권은비의 귀에 들어가자마자, 순간 폭소를 터뜨렸다.
권은비는 눈빛을 반짝이더니 백아린을 향해 의도적으로 말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백아린 씨가 꽤 돈을 모았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 당시 당신이 서준 씨한테 시집오겠다고 애쓴 것은 이것 때문이었잖아요.”
“그런데 서준 씨가 그렇게 매정할 줄은 몰랐네요. 제가 가서 서준 씨한테 얘기해 볼께요. 백아린 씨를 조금 더 잘 봐달라고 그럴게요. 평소에 나한테 너무 잘해줘서, 백아린 씨가 이렇게 궁색한 줄은 몰랐어요.”
박나정은 권은비의 팔을 툭툭 치고 입을 가리며 웃었다.
“한낮 가정주부인데 걔한테 돈을 줘서 뭘 하길 바래? 은행에 저축해서 이자라도 받으면 그만이지!’
“쯧, 동생도 참, 아무리 싫어도 이렇게까지나 티 내지 말아야지. 소문 나기라도 하면 우리 박씨 가문이 돈이 없는 줄 알겠다!”
백아린은 두 팔을 가슴 위에 휘감고 갑자기 냉소했다.
“너희 둘 머리를 합쳐도 반쪽 머리도 안 되네. 9년제 의무 교육도 법률 상식을 안 가르쳐 줬나?”
“뭐가 부부 공동 재산이라고 하는 지는, 머릿속에 안 담았나 보지?’
그녀는 손가락으로 박나정을 향해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은 즉, 내가 당신 집을 떠난 순간부터, 당신의 그 재능 있는 동생이자 돈을 잘 벌어오는 대표 동생이 그의 재산의 반을 아무런 이유 없이 나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뜻이야.”
박나정의 표정이 변하더니 말을 꺼내려는 순간, 백아린이 먼저 웃으면서 그녀의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갔다.
“내가 벤츠를 사는 이유는 내가 사고 싶어서야. 그저 벤츠만 살 수 있는 당신과는 달라.”
그녀는 박나정의 팔꿈치에 걸친 가방을 곁눈질해 보더니 가볍게 ‘쯧’하고 말했다.
“명색에 박씨 가문 장남 집안의 아가씨인데, 어째서 집 밖을 나오는데도 루이 비통을 들고 나오는 거야?”
“당신의 에르메스는 어디 있어? 네 엄마랑 같이 공동 구매했잖아. 홀수는 네게, 짝수는 당신 어머니의 손에 있는 거야?”
순간 박나정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견디다 못해 백아린을 향해 소리쳤다.
“헛소리 하지 마! 내 드레스룸에는 에르메스가 가득한데, 공동 구매할 필요가 어디 있어?”
그녀는 서둘러 가방을 뒤로 숨기면서, 백아린을 향해 변명했다.
“이, 이 가방… 마침 내 취향이어서 마음대로 들고 다니는 데 뭐가 문제야? 시즌이 지나면 바로 버릴 거야!”
말할수록 다급해진 박나정의 시선은 백아린의 몸을 이리저리 흘겨보았고, 백아린의 텅 빈 두 손을 보게 되었다.
마치 또 뭔가 자신감을 찾은 듯, 곧바로 백아린을 가리키며 따져들었다.
“너도 에르메스가 없잖아? 내 동생이랑 그리 오래 있었는데도 버킨조차도 없다니, 날 비웃을 처지나 돼?!”
박나정은 말할수록 점점 자신감이 넘치며, 심지어 뒤돌아서 권은비를 끌고 백아린을 향해 손가락질해 댔다.
“은비 같은 연예계 배우도 포부르 버킨을 멜 수 있는데, 너는 명색의 재벌 사모님인데 빈손으로 집을 나서다니, 가사 도우미랑 별 다를 것 없네!”
드디어 백아린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 박나정은 흥분하더니, 약간 막말을 하면서 평소에 뒤에서 백아린을 논하던 말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권은비는 순간 안색이 나빠졌지만, 박나정의 신분 때문에 화를 내기가 곤란해서 억지로 웃음을 지으면서 맞출 수밖에 없었다.
“맞… 맞아요. 이런 모습으로 서준 씨와 함께 밖을 나가면, 그를 얼마나 창피하게 만들겠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서준 씨가 백아린 씨를 얼마나 소홀하게 대하고 인색하게 대하는 줄 알겠어요!”
“백아린 씨, 자기의 이미지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은 괜찮지만, 그래도 서준 씨는 명색에 박씨 가문의 미래 후계자의 신분을 생각해서라도 너무 가치를 저하시키지는 행동을 하지 마세요!’
백아린은 듣다 나니 우스웠다.
“박서준이 나를 소홀히 대한 것은 너희들이 말한 거 아니야?”
“또 나보고 박서준의 와이프로서 타는 차가 가정부 차보다 못하다고 하고, 박서준이 나한테 인색까지 해서 심지어 애인인 네가 그에게 나한테 잘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고 했잖아. 왜, 방금 한 말을 벌써 까맣게 잊어버린 거야?”
박나정과 권은비는 무방비로 그녀에게 반격을 당해 잠시 말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몰랐다.
“창피를 당해도 박서준이 창피를 당하는 거지. 그의 아내가 에르메스를 들지 못하고, 고급차를 사지 못한다고 해서 어느 사람의 그의 와이프를 비웃겠어?”
“없지, 사람들은 그저 명색의 상장기업 대표인 박서준이란 사람은 철저하게 인색한 사람이라고 여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