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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임지아를 향한 주한준의 편애는 모두가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당아연을 법정으로 보낼 정도로 감싸는데 이런 특별함은 우리 같은 일반인은 닿을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나는 되레 엄겨울을 부를지 말지가 더 고민이었다. “불러. 엄 교수는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을 걸.” 오영은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했다. “어차피 판은 임지아가 짠 거고 주한준이 아무리 불쾌하다고 해도 우리 탓으로는 못 돌려.” 오영은의 말은 일리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엄겨울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은 혼자 가기로 결정했다. 약속 시간은 밤 7시 반이었다. 임지아는 회사를 떠나기 전 특별히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도 감히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 곧바로 따라갔다. 하지만 나는 초보 운전자인 데다 대부분의 길에 대해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미식관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식사 시간 때였다. 종업원에게 룸 위치를 물어보려는데 예상치 못하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엄겨울을 발견했다. 그는 연카멜 색의 울 롱코트에 목에는 버버리 클래식 체크 목도리를 하고 있었고 코트 안에는 공식적인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캐쥬어랗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은 차림이었다. 그시각 엄겨울도 점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 시선을 느낀 건지 별안간 고개를 돌린 그는 제자리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휘적휘적 다가왔다. “진아야.” 엄겨울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햇다. “난 또 내가 늦은 줄 ㅇ라았네.” 나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응, 우리 임지아 씨랑 같이 저녁 먹기로 하지 않았어?” 자세히 물어보고 나서야 나는 임지아가 나만 초대한 게 아니라 직접 엄겨울에게도 전화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늦지말라고 당부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임지아가 물랐던 것은 나는 애초에 엄겨울을 부를 생각이 없었다. 예기치 못하게 예상대로의 상황이 벌어졌다. “진아야.” 엄겨울은 내 속내를 알아챈 듯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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