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주한준의 등장은 나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난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떻게 해야 하락,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우리가 사적으로 임지아를 만나는 건 확실히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게다가 나와 엄겨울은 임지아에게 녹음펜이라는 판도 깔아두고 있었다.
이 일로 임지아를 속이는 건 쉬웠지만 주한준의 눈을 피하기란 어려웠다.
순간, 심장이 조여들었다.
다행히 임지아도 나름 눈치가 있는 편이라 분위기를 무마하며 말했다.
“한준 오빠, 오해예요. 저 진아 선배랑 사적으로 모일 수 있는 거… 꽤 좋아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인지 거짓말을 하는 건 역시 조금 어색했다.
주한준도 그걸 알아 챘다. 임지아의 곁에 앉은 그의 시선이 테이블에 놓인 녹음펜으로 향했다.
“이게 뭐야?”
“선물이요.”
임지아가 나와 엄겨울보다 한발 먼저 설명했다.
“진아 선배가 저한테 준 선물이에요.”
말을 마친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라 말했다.
“임 팀장도 회사에 온지 꽤 됐는데, 공로는 없어도 고생은 많이 했잖아요.”
말을 마치자 조롱 섞인 주한준의 말이 들려왔다.
“남 팀장의 선물 참 타이밍이 기가 막히네.”
주한준의 조롱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아연과 임지아의 일로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선물을 주는 목적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주한준에게 녹음펜의 진짜 용도에 대해 털어놓을 수가 없으니 이대로 착각하게 두는 수밖에 없었다.
“한준 오빠, 진짜로 진아 선배 오해한 거예요.”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임지아는 다정하게 주한준에게 몸을 기대더니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근데 자세히 생각해보니까 당아연 씨와 있었던 일에 저도 잘못한 게 있는 것 같아요.”
잠시 멈칫한 그녀는 결심을 한 듯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랑 진아 선배의 동료인데 이번 일은, 그냥 이대로 마무리하는 게 어때요?”
임지아의 말은 모든 갈등을 다 풀고싶다는 말투라 넓은 아량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주한준은 임지아를 그윽하게 쳐다보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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