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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장

테이블에서 주한준이 엄겨울에게 사납게 대하던 모습이 떠올라 나는 말을 에둘러 말햇다. “과대, 이미 너무 많은 폐를 끼친 것 같아. 나머지 일은 내가 알아서 해볼게.” 순간 흠칫한 엄겨울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래, 네 말대로 할게.” 엄겨울을 보내자 이미 네온사인이 하나 둘씩 밝아오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영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비너스 와이너리로 날 데리러 와….” 더듬 거리는 걸 보니 치한게 분명했다. “급한 일 있다고 해.” 나는 감히 지체할 수가 없어 서둘러 와이너리로 향했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여자 혼자서 남자 셋넷에게 단단히 에워싸인 것을 보니 가슴이 아파왔다. 나는 연달에 세 잔을 마시고 나서야 오영은을 데리고 나올 수가 있었다. 차고에 들어간 오영은은 곧바로 위장을 벗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음유시인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 자식들과 쓸데없는 얘기도 안했을 거야. 그리고 너, 내가 상대할 수 있다고 했는데 왜 그걸 마신 거야?” 나는 조금 속이 상했다. “앞으로 그런 자리에는 나도 데려가요.” 오영은은 내 마음을 알아채고는 다가와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이정도 술은 이 언니가 감당할 수 있어. 중요한 건, 이 언니가 음유시인의 정보를 알아냈다는 거야.” 오영은은 이틀 뒤, 음유시인이 최근에 있는 팬미팅에 은밀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나는 도무지 당아연의 일로 더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오영은을 집까지 바래다준 뒤, 아무리 생각해도 당아연이 이 일로 법정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주한준에게 부탁을 하러 가는 수밖에 없었다. 오영은도 회사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데 자신의 자존심도 별 것 없었다. 택시가 영한 그룹 빌딩 아래에 멈췄을 때 밤은 이미 깊어진 때였다. 크게 심호흡을 한 나는 빌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당직을 서던 경비가 나를 막아세웠다. “주 대표님과 약속을 하고 왔습니다.” 나는 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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