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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장

나와 오영은은 곧바로 영한 그룹의 대표이사 사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주한준이 얼마 전에 사무실을 떠났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당장 오라고 명령을 내린 건 자신이면서 도착을 하니 피하고 만나주지 않다니. 답은 뻔했다. 나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오영은은 화가 치밀어 씩씩댔다. “영한 그룹 대표이사씩이나 돼서 고작 임지아 하나 때문에 이럴 것까지 있어?” 이럴 것까지 없을 리가,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내면서 주한준이 이렇게 누군가를 예뻐하는 건 난생 처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조바심을 내야 할 건 어떻게 제안서 때문에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냐였다. 주한준은 임지아처럼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내 말에 오영은은 곧바로 침착해졌다. 그러다 대기실 밖의 여 비서를 흘깃 쳐다본 그녀가 말했다. “기다려 봐.” 5분 뒤, 그녀는 순조롭게 비서의 입에서 주한준과 임지아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 회사 사내 식당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 식사를 하지 않은 듯했다. 오영은은 선공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태도는 성의 있게, 낯짝은 두껍게.” 오영은이 나를 귀띔해주었다. “정 안되면 우리도 임지아처럼 불쌍한 척 하지 뭐.” 나는 대체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불쌍한 척한다고 해도 주한준이 보고 싶어할지가 문제였다. 식당 쪽, 우리는 단번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주한준과 임지아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앉아있었다. 주한준은 우리를 등진 채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고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임지아는 눈시울이 조금 붉은 데다 얼굴의 화장은 조금 번져 있는 게 아무리 봐도 무척이나 서러워보였다. 주한준이 아니라 내가 봐도 마음이 다 흔들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나와 오영은이 나서려고 할 때 임지아가 갑자기 그릇에서 음식을 하나 집더니 주한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내 투정 그렇게 오래 들어주느라 오빠 엄청 심심했겠어요.” 달콤한 목소리는 귀엽기 그지없었다. “자, 상이에요.” 임지아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반달처럼 휘었다. 눈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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