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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장

그 말에 선배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너 이새끼, 감싸는 것 봐.” 누군가가 화제를 다시 나에게로 돌렸다. “진아야, 이 선배들 말 잘 들어. 엄겨울 이 자식 속이 아주 시커머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나와 엄겨울의 사이를 오해한 게 분명했다. 경안시는 어울리는 무리가 늘 명확해 예전같았으면 진지하게 몇 마디 해명을 했겠지만 사회에서 구르고 맞은 뒤에는 많이 얌전해졌다. 그래서 지금 같은 순간에 이런 짓궂은 농담에도 나는 그저 아무런 대꾸 없이 웃기만 했다. 원래도 별다른 접점이 없는데 굳이 해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해명을 해봤자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파티 분위기는 나름 평화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인파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시선을 좇아가려고 할 때면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착각인가? 휴대폰에서 전해져오는 진동에 사색이 끊겼다. 한켠으로 물러선 나는 주한준이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 “로비 오른쪽, 잠깐 와.” 간단한 한 마디는 그의 스타일이 명백했다. 주한준이 갑자기 이런 때에 왜 나를 부르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그에게 물었다. “할말 있어요?” 주한준의 대답은 아주 빨랐다. “응, 얼굴 보고 얘기해.” 솔직히 말해 주한준이 만약 투자자가 아니었다면 이런때에 그를 상대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한준이 쩐주인 것을 어쩌겟는가. 이미 말을 이렇게 까지 한 마당에 하는 수 없이 가는 수밖에 없었다. 회랑쪽, 주한준은 홀로 통유리 앞에 서 있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게 무슨 인생의 난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발걸음 소리를 들은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남 팀장, 나한테 오늘 밤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왜 약속을 지키지 않지?” 아, 따지러 온 거구나.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주 대표님 오해하셨군요. 전 그저 임지아와 파티 참가 자격으로 싸우지 않겠다는 것만 약속드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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