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장
시간을 흘깃 본 나는 말했다.
“과대, 내일밤 7시에 데리러 와도 돼?”
엄겨울은 잠시 믿기지 않는 듯 한 얼굴을 하다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말대로 해.”
계속 부탁만 하는 게 꽤 미안하기도 한 데다 이제 새 차도 뽑았겠다 기사 노릇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겨울의 말투는 뭔가 이상했다.
청년 아파트 단지를 떠난 나는 곧바로 오영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가 연결되자 스피커 너머로 여자의 헐떡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진아야?”
자신의 전화를 건 타이밍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나는 눈을 꼭 감고 계속 말을 이었다.
“장비를 준비하고 싶어요. 전투복 같은 그런.”
“미친.”
오영은이 별안간 소리를 높였다.
“누구랑?”
“엄 교수랑요.”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내일 밤 파티에 저도 출석할 거예요.”
“잘했어.”
오영은은 기쁨에 겨워 크게 외쳤다.
“그 일은 나한테 맡겨.”
이상한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순간 멈칫한 나는 눈치껏 통화를 끊었다.
설마 이게 전설 속의 불타오르는 서른이라는 건가?
오영은은 이튿날 점심이 지나서야 회사로 돌아왔다. 온 얼굴이 환하게 빛나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며 짓궂게 말했다.
“어제 잠은 잘 잤어요?”
오영은은 나를 흘깃 쳐다보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미워, 어젯밤에 어떻게 지냈냐고 물어봐야지.”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오영은은 나를 향해 크게 눈을 흘기더니 말했다.
“진아야, 너 이대로 계속 솔로로 지내면 안돼. 여자는 서른이 넘으면 난소도 따라서 늙어. 이런 때엔 스스로 재미를 좀 찾아서 즐거운 밤생활을 즐길 줄 알아야 해, 응?”
나는 그 말에 귀가 다 빨개졌다.
“매일 아무런 욕구도 없는 것처럼 지내지 말고. 벌써 얼마나 오래 지났어. 이제 입맛을 바꿀 때도 됐어.”
지금 머릿속에 주체할 수 없이 떠오르는 이상한 장면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워졌다.
하마터면 오영은에게 이끌려 본론을 잊을 뻔하다 다시 화제를 돌렸다.
“언제 가서 고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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