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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장

상의한 끝에 나는 결국 오영은을 이기지 못해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붉은색의 BMW를 회사로 몰고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오영은이 나에게 귀띔했다. “새 차는 적응 기간이 필요해. 요 며칠에는 일찍 퇴근해서 차가 적은 곳에 가서 운전 연습해. 참, 될 수 있으면 엄 교수도 부르고.” “네?” 오영은은 눈썹을 까딱했다. “두 사람 같은 차종이잖아.” 어쩐지 차에 탈 때 뭔가 익숙하다 했다.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탕비실에서 기쁜 얼굴로 나오는 임지아를 발견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얼굴에 드러난 우쭐함을 숨기며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셨어요, 진아 선배?” “네.” “오빠한테 들으니까 내일 파티에 일이 있어서 못 가신다면서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고 오영은은 아예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버렸다. “네.” 나는 가벼운 말투로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러니까 내일밤에는 임 팀장이 사장님과 함께 참석해 줘요.” 확답을 받은 임지아는 순식간에 입꼬리를 올리며 겸손한 말투로 말했다. “걱정마세요, 진아 선배. 저 꼭 잘 해낼 게요.” 참 재밌는 여자였다. 기회를 준 건 오영은과 주한준인데 도리여 나한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 “어머, 남 팀장님 새 차 산 거예요?” 이하연이 별 생각 없이 다가와 내 손에 들린 차 키를 보며 감탄했다. “그것도 BMW네요.” 나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이 임지아를 지나치려는데 임지아가 뚫어져라 내 손에 들린 차키를 보더니 이내 입꼬리를 축 늘어트리며 쉽게 알아챌 수 없는 불쾌함이 잠깐 드러나는 것이 보였다. 다시 쳐다봤을 땐 임지아는 이미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돌아와 나한테 웃으며 말했다. “진아 선배 수입으로 BMW는 충분하죠.” 꽤 호기로운 말투로 나를 추켜세워주고 있었다. 내가 차 첫 대금을 치를 수 있는 건 다 그녀 덕분이라는 걸 임지아는 알 리가 없었다. 그 일은 오영은을 속이지는 못했다. 나중에 오영은은 나를 사무실로 부르더니 타박하며 말했다.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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