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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물론 많이 주면 더 좋았다.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휴대폰에 이체 메시지가 떴다. 주한준이 또 내게 400만 원을 이체해 주었다. "고마워. 앞으로도 내가 필요하면...." "남 팀장, 어디 연예계로 한 번 진출해 봐.” 주한준이 내 말을 끊고 말했다.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가 아주 대단해.”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나는 내가 연기를 잘했다고 자부하지만, 주한준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남 팀장은 국에 일부러 생강을 넣었으면서 왜 붕어에 칼집을 낼 때, 나뭇잎 치기 칼집을 바꾸지 않았어?” 나뭇잎 치기 칼집은 내가 생선에 칼집을 낼 때 자주 쓰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주한준이 그것을 기억할 줄은 정말 몰랐다. 이틀 뒤 출근하자 임지아가 특별히 내게 아침을 가져다주었다. "선배, 역시 선배예요. 여사님이 오늘 저녁에 저더러 꽃꽂이 모임에 같이 가자고 했어요. 저 너무 기뻐요." 예상했던 일이다. 나는 주한준이 그렇게 흔쾌히 내게 400만 원이나 준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 "여사님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다마스쿠스 장미에요." 임지아가 내 말뜻을 깨닫고 고마워했다. "그럼, 저는 이만 준비하러 갈게요." 보다시피 목표만 일치하면 전 여자 친구랑 현 여자 친구도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 오영은은 마음이 좋지 않은 듯 말했다. "내가 속이 좁아서 그런지, 나라면 절대 그렇게 대범하게 행동하지 못할 거야.” 나는 오영은을 흘겨보며 말했다. "어느 누가 명성이랑 자존심은 아무것도 아니고 재물만이 진실한 것이라고 말했죠?” 오영은이 나를 덥석 껴안고 말했다. "진아야, 그만 일하고 데이트하러 가. 정 안 되면 섹스 파트너라도 만나." 오영은이 별말을 다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엄겨울이 보낸 메시지였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괜찮은 추리 영화가 갓 상영했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 나는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오영은의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표정을 떠올리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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