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장
나는 핑계를 대고 뒷마당을 떠났다.
넓은 주방에서는 임지아가 식재료를 준비하느라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나를 본 그녀가 구원자를 만난 듯 기뻐했다.
"선배, 어떡해요? 제가 요리 솜씨가 그저 그래요."
나는 엉망진창이 된 조리대 위를 바라보며 요리 솜씨가 그저 그런 게 아니라 아예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말했다.
나는 요리 솜씨가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선화연이 좋아하는 가정식 요리 몇 가지를 만드는 것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 이 년 동안, 주한준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면서 밥 지을 때 물을 어느 정도 넣어야 하고, 파를 적게 넣고 생강은 아예 넣지 말아야 하는 두 모자의 취향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삼십 분도 안 되어 요리 다섯 가지와 국 한 가지가 완성되었다. 국은 붕어 두붓국으로 주방에 원래 있던 식재료로 만든 것이다. 주한준이 가장 좋아하는 위에 좋은 국이었는데 약한 불에서 끓이는 중이었다.
심화연은 식탁 위의 요리를 보더니 굳어진 표정이 마침내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뜻밖에도 내 솜씨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순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
심화연이 심장마비로 입원했을 때, 꼬박 한 달 남짓 세 끼를 모두 내가 책임졌었다.
"아주머니, 한 번 맛보세요."
임지아는 친절하게 선화연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입맛에 맞는지."
"잠깐만 기다려. 한준이가 지금 집에 오는 길이야.”
"오빠도 와요?"
임지아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기대감이 가득 깃들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주한준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주한준은 이미 언질을 받았는지 우리 세 명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임지아가 종종걸음으로 그의 앞에 다가가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빠, 오늘 저녁은 제가 준비했으니, 빨리 와서 제 솜씨를 맛봐요."
주한준이 상석에 앉았다.
윗어른인 심화연이 그의 왼쪽에 앉았고 임지아는 그의 오른쪽에 앉았다. 임지아가 자상한 아내처럼 한준에게 요리를 집어주었다.
오직 나만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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