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장
남자가 비꼬듯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어.”
나는 긴장해서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다. 그러다 주한준을 본 순간, 그가 말한 것이 내가 내릴 층에 도착했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남몰래 한숨을 돌리고는 가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잘 자."
주한준은 내 말에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전의 날카로운 기운은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벽에 기댄 채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오영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 투자금을 철회하지 않겠대?"
오영은이 혀를 내둘렀다.
"내가 요 며칠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게 되었어.”
나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어쨌든 임지아의 말이 우리 말보다 먹힐 테니까요."
오영은이 전화기 너머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임지아에게 신세 진다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위기가 해소된 지 사흘 만에 임지아가 나를 찾아왔다.
임지아는 이것저것 안부를 묻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본론을 꺼냈다.
"선배, 제가 요 며칠 여사님의 취향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는데, 언제 기회를 봐서 실천에 옮겨볼까요?"
나더러 자기랑 심화연이 만날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거였다.
나는 지난번에 심화연이 나를 집에 초대해 식사를 한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때요? 이따가 우리가 슈퍼마켓에 들러 임 팀장이 선물을 산 뒤, 퇴근 후에 같이 산 중턱 저택으로 찾아가는 거예요.”
임지아는 눈을 깜빡이며 놀라워했다.
"그래도 될까요? 너무 당돌한 거 아니에요?"
임지아는 나더러 선화연에게 미리 전화해 보라고 건의했다.
사실 건의라기보다는 나더러 심화연의 반응을 떠보라는 것이었다.
잠시 생각해 보던 나는 그러기로 했다. 어쨌든 신세 진 건 갚아야 하니까.
내 말을 들은 선화연은 매우 기뻐했지만, 임지아를 언급하자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
"데려오지 마. 눈에 거슬리니까."
나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아주머니,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주 대표 입장도 고려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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