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0장
주한준의 단호한 눈빛을 보며, 나는 추측을 확신할 수 있었다.
주한준이 일을 번거롭게 만든 것의 목적은 나였다.
예전 같았으면 기뻤겠지만 지금은 어쩐지 씁쓸했다.
“뭐가?”
나는 아닌 척하며 시치미를 뗐다.
주한준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다가 긴 다리를 휘적휘적 움직이며 내게로 다가왔다.
그는 먼 곳의 등대를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게임 줄거리와 일러스트는 남 팀장이 기획한 거 아니야? 기억하지 못한다? 말이 돼?”
주한준의 추측은 합리적이었다.
그가 내게 귀띔해준 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우리 사이에 이런 낭만적인 순간이 있었는지 잊어버렸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와 관련된 모든 기억들은 몸에 배는 것 같았다.
무의식 속에서 말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주 대표 말이 일리있네. 줄거리와 배경은 내가 설정한 게 맞아. 그러니까 진서정 씨의 일러스트 시안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해.”
주한준은 고개를 저으며 확신했다.
“아니, 달라.”
주한준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예의를 갖춰 말했다.
“어디가 문제인지 짚어줘, 주 대표.”
“여기.”
주한준은 발 끝을 가리키며, 어깨까지 들썩이며 말했다.
“여기 말이야. 여긴 보트 관광지가 아니라 텐트가 있어야 해.”
텐트라는 단어가 주한준의 입에서 나오자 나는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그래서? 주 대표의 뜻은, 보트를 텐트로 바꾸라는 거야?”
나의 당당한 태도에 주한준은 화가 난 듯 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말했다.
“단순히 바꾸는 문제인 것 같아? 중요한 건, 이 배경에서 나와야 할 건 텐트라는 거야! 텐트! 알겠어?”
주한준은 삿대질까지 해대며 말했다.
그는 텐트가 있어야 할 자리를 가리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주 대표가 그렇게 텐트로 바꾸는 것을 원한다면 최대한 그렇게 맞출게.”
나는 카메라를 정리하며 자리를 뜨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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