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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설산은 예뻤어?" "얼마나 마셨어?" 주한준이 동문서답했다. 나는 우울한 마음에 고개를 돌린 채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때 또 주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주의를 주지 않았다고 탓하지 말고, 네 그 속셈을 거둬.” 나는 눈을 감은 채 숨을 들이쉬고는 물었다. "내 무슨 속셈?" 남자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네가 너희 회사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 노선이 맞는지 잘 확인해 봐.” 주한준도 다 알고 있었다. 역시 속일 수 없었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말했다. "주 대표 말이 맞아. 내가 잡은 노선은 줄곧 터무니없이 틀렸었어."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타이어가 지면을 마찰하는 "끼이익"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더니, 내 몸이 알 수 없는 힘에 휘둘려 앞쪽으로 기울어지며 흔들렸다가, 잠시 뒤에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의아한 마음에 눈을 떠보니, 차가 길가에 세워져 있었다. 주한준이 매우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차 손잡이를 잡은 주한준의 팔뚝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나는 문득 위험한 낌새를 눈치챘다. 내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옆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내게 덮쳐왔다. 어두운 불빛 아래, 주한준의 손가락이 내 어깨뼈를 스치며 나를 자극했다. 서늘한 비누 향이 내 오감을 침식했고, 뜨거운 숨이 내 얼굴에 뿜어졌다. 나는 흐릿한 의식 속에 주한준의 목소리가 이렇게 부르는 것을 들었다. "지나." 나는 꿈속에서 그 두 손이 내 허리를 꽉 껴안은 것을 보았다. 그러나 잠에서 깼을 때, 나는 이미 집에 누워 있었다. 나는 아릿한 통증과 시큰거리는 근육통을 느꼈다. 내가 고개를 숙여 보니 쇄골 아래쪽의 퇴색한 문신 부위가 온통 새파랗게 멍들어 있었다. 마치 일부러 도장이라도 찍은 것처럼 말이다. 나는 갑자기 잠이 확 깼다. 꿈속의 모든 것이 전부 사실인 듯했다. 그러나 방 안에는 남자가 들어왔던 흔적이 없었다. 나는 반쯤 넋이 빠진 채로 회사에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오영은이 나를 자기 사무실로 끌고 가더니 기뻐하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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