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장
주한준은 아주 진지하게 그 말을 내뱉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그게 날 너무 놀라게 해서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을 뿐 표정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일'이라는 게 정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기에 오늘 이 난리 통에 주한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내가 아주 난감했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이런 상황에 내 편을 들어준다는 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 텐데 그걸 알면서도 왜 날 도와준 거지?
정말이지 너무 이상했다.
"이게 무슨 난리래, 기분 다 깨졌잖아."
맑은 목소리에 정신이 들어 머리를 들었을 때 주한준과 임지아는 이미 로비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미 가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안준연이 싫어하는 표정을 보고 가지 말라고 타일렀지만 안준연은 제대로 떠나겠다고 마음먹었다. 안준연은 팔을 내 어깨에 올리고 말했다.
"우리 누나가 힘들어해서 내가 데려다 줘야 해. 맞지 누나?"
안준연은 순진한 눈을 반짝이며 날 보고 물었다.
나한테 눈치를 주는 것이었다. 나는 안준연의 뜻에 따라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 힘드네."
5분 뒤, 안준연은 나를 로비에서 데리고 나와 주차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멈추고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주한준과 임지아가 서 있었다.
임지아는 눈이 빨개서 머리를 숙이고 억울한 듯 말했다.
"오빠가 대체 왜 진아 선배 위해서 거짓말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요."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들리자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니까 임지아가 사실을 아는 사람인 건가?
"남진아 때문이 아니야."
주한준은 깊은숨을 내쉬더니 가늘고 긴 손으로 임지아의 볼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그렇게 할 만한 이유가 있었어."
이유가 있었어?
나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지만 가슴은 여전히 쿵쾅거렸다.
다른 사람의 대화를 몰래 엿듣는 건 어찌 됐든 잘못된 일이었다. 나는 안준연한테 물었다.
"차 왔어?"
안준연은 바로 눈치채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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