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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장

정말 뜻밖이었다. 나는 조수석에 놓인 초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유민 갤러리에 가?" 갑자기 큰 행운이 생긴 것 같은 착각이 든 나는 체면 무릎 쓰고 물었다. "나 같이 가도 돼?" 안준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누나가 말한 중요한 일이라는 게 전시회 가는 거였어? 솔직하게 말하면 전시회 주최한 사람이 인품이 별로라 누나가 가면 실망할 거야. 내가 먼저 병원 데려다줄게." 난 머리를 흔들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간절하게 말했다. "이 전시회 나한테 아주 중요한 거야." 안준연은 진지한 내 모습을 보더니 예쁜 눈망울에 수심이 가득해졌다. 원래 친하지 않은 사이인데 지금 내가 도와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처지니 솔직하게 말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되어 있는 그대로 말했다. "너 전시회에 간다고 해서 하는 말인데, 오늘 오후 전시회에 음유시인이 나타날 거라던데 너도 알고 있어?" "그게..." 안준연은 처음으로 내 눈을 피하더니 머뭇거리며 답했다. "음유시인 만나려고 전시회 가는 거야?"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내가 지난번에 얘기했었잖아. 우리한테 프로젝트가 있는데 음유시인이 꼭 필요하다고." 안준연은 마치 내 제안을 고민하는 듯 내 말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우리가 일면식밖에 없는 사이라 이러는 게 당연히 이해가 되었다. 도와주든 아니든 고민은 해봐야 하니까. "네가 불편하면..." "근처에 마을 병원이 있어." 안준연은 내 손목을 보며 말했다. "먼저 검사부터 해." 고집이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누나, 잘 알겠으니까 검사 하고 나서 전시회 같이 가자." 나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사실 나도 내가 너무한 것 같았다. 뜻밖에 사고가 난 건 맞지만 지금 나는 부상으로 안준연을 협박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내 손목뼈를 만져보시더니 말했다. "손목 밴드 푸세요." 상처가 있는 손목이 삐었었다. 나는 옆에 서 있는 안준연을 보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나 물 한 병만 사줄 수 있어?" 안준연은 바로 진료실을 나와 물 사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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