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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아이고, 이분은 옛날 도씨 가문 아가씨 아니에요? 하 대표님의 아리따운 부인 말이에요. 왜요, 술 마시러 왔어요? 어... 술 마시러 왔으면 술을 마시고 있어야지 왜 여기 작업복 입고 있어요?” 남자의 말이 끝나자 방 안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술 차의 손잡이를 꽉 잡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됐어. 이미 저자들과 마주쳤고 나를 모욕하려고 작정했으니 나는 도망갈 수 없어. 차라리 억지로 웃음이라도 팔면 그들에게서 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은 매일 빚 독촉이 심해 아빠는 살고 싶지 않다고 하고 엄마는 눈물로 지새운다. 오빠는 매일 배달을 하고 있는데 허무맹랑한 자존심과 교만이 무엇이라고 내가 신경 쓰겠는가 말이다. 나는 술 차를 끌고 가면서 어색하지만 예의 바른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가까이 다가간 나는 그들을 향에 웃으면서 말했다. “우연이네요. 기왕 왔으니 이 동생의 장사를 좀 돌봐주세요.” “쯧쯧...” 장천호는 고개를 저으며 낄낄거렸다. 처음에 그는 항상 나와 오빠의 뒤를 따라다니며 ‘누나’, ‘형’이라 부르며 아첨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집이 망하자 앞잡이처럼 하지훈에게 아부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니 나는 다가가 따귀를 한 대 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멋대로 할 때가 아니었고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나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장천호는 갑자기 몸을 숙여 내게 다가와 기뻐하며 말했다. “이것 봐. 이 아가씨가 지난날 안하무인이었던 도씨 가문 아가씨야? 며칠 못 봤더니 왜 이렇게 초라해졌지? 쯧쯧...” 갑자기 룸 안에 또 한바탕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호석도 나를 향해 씩 웃더니 한마디 했다. “방금 너의 사업을 좀 돌봐달라고 했는데 이런 곳에서 하는 장사가 몸 장사가 아니겠어? 하하, 정말 몸 장사하는 거라면 먼저 옷을 다 벗고 우리가 검품하도록 해야지. 물건이 너무 아니면 우리가 손해 보는 거 아니겠어? 하하하...” 나는 죽을힘을 다해 술병을 쥐고 하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훈은 묵묵히 담배를 피우며 그들의 욕설을 듣지 못한 듯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는 고개를 숙여 술잔을 테이블 위에 한 병씩 놓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오해하고 있네요. 제가 말한 장사는 술장사에요. 우리의 옛 우정을 생각해서 술을 저에게서 주문해 주세요. 그러면 제가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거든요.” “쯧쯧, 도씨 가문 아가씨는 지금 돈이 부족해서 이렇게 됐구나.” 장천호는 갑자기 카드 한 장을 테이블에 내던지며 베푸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말했다. “이 카드 안에는 600만 원이 있어. 네가 바닥에 엎드려 개 짖는 소리만 몇 번 내면 이 600만 원은 바로 너의 것이 돼. 어때?” 장천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에는 또 한바탕 웃음소리가 났는데 사람들은 모두 흥미진진하게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훈마저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빛은 덤덤해 보였지만 어두운 눈빛에 나는 감히 다른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자 이호석이 갑자기 카드를 또 테이블 위에 던졌다. “자, 이 카드엔 2000만 원이 있어. 네가 개 짖는 소리를 내고 우리 형제랑 하룻밤 놀면 이것들은 모두 너의 것이 돼.” 나는 놀란 눈빛으로 이호석을 바라보았다. 비록 우리 집이 지금 몰락했다고는 하지만 난 여전히 하지훈의 아내다. 하지훈이 여기에 앉아있는데 이호석이 어떻게 감히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훈이 나와 이혼한 소식을 그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그들에게 나를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어찌 감히 하지훈 앞에서 이렇게 나를 모욕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왜, 돈이 급하지 않아? 그까짓 자존심도 버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돈을 번다는 거야?” 이호석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제시한 가격은 그런대로 높은 편이야. 네가 나가서 몸을 판다고 해도 이만큼 받기는 힘들 거야. 몸을 몇 번 팔아야 이만큼 모을 수 있겠어?” 그랬다. 나는 돈이 급한데 비현실적인 자존심을 가지고 뭘 하겠는가. 하지만 자존심을 버린다고 해서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호석이 사악하고 경박한 웃음을 보며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그 2천만짜리 카드를 집어 이호석에게 던졌다. “뻔뻔하게 이 2천만으로 내 하룻밤을 사려는 거야? 능력이 있으면 20억을 가져와!” 나는 이호석을 잘 알고 있었다. 집안 형편도 그다지 않은 데 종일 빈둥빈둥 놀고, 밖에서 일부러 통 큰 척하지만 사실은 정말 인색한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늘 나와 오빠를 따라다니며 먹고 마시면서 여자 친구에게 가방을 사주기도 아까워했다. 20억을 가져온다는 것을 그의 살점을 떼어내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지금 나를 모욕하기 위해 2천만 원을 내놓는 것을 보니 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내가 정말 그렇게 형편없었던 사람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하하, 이호석, 너도 인색하구나. 아무리 그래도 옛날 도씨 가문 아가씨인데 하룻밤을 어떻게 2천 만으로 살 수 있겠어?” 룸에서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호석은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독살스럽게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2천만 원도 많이 주는 거야.” 나는 이호석의 비웃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600만 원 짜리 카드를 집어 들고 장천호에게 말했다. “네가 방금 한 말이 정말이지? 내가 개 짖는 소리만 몇 번 내면 이 600만이 내 거야?” 장천호는 내가 진짜 그런 짓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장천호는 이호석과 마찬가지로 구두쇠였는데 이 600만 원은 아마 그의 전 재산일 것이다. 그러자 장천호의 안색이 확 변하더니 버럭 화내며 말했다. “안하무인이고 교만하고 자부심이 있는 도씨 아가씨인데 어떻게 우리 앞에서 개소리를 내겠어? 농담하지 마.” 장천호는 말하면서 그 카드를 다시 가져가려고 했지만 나는 그가 내미는 손을 피하며 그를 향해 정색했다. “농담 아니야. 개 짖는 소리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몇 번 짖으면 600만 원이 생기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장사잖아.” 장천호는 순간 후회하는 표정으로 내 손에 들린 카드를 노려보며 그 카드를 빼앗고 싶어 안달복달하였다. 그러자 이호석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럼 빨리 짖어봐. 우리 형제들에게 도씨 가문 아가씨가 어떻게 개처럼 바닥에서 우리를 향해 꼬리를 흔들며 동정을 구하는지 보여줘.” 과거의 교만함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는 빚쟁이의 사나운 모습과 부모님께서 울며 죽고 싶다고 하시는 모습, 그리고 오빠가 고생하는 모습으로 가득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했다. “알았어.” 하지만 내가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을 때 갑자기 커다란 손이 팔꿈치를 잡았다. 나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다가 하지훈의 그 깊은 눈빛과 마주쳤는데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다 나가.” 하지훈은 그 부잣집 도련님들을 향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 부잣집 도련님들은 그를 화나게 할까 봐 찍소리도 못하고 줄줄이 밖으로 나갔다. 장천호는 나가면서 억지로 내 손에서 그 600만 이 들어있는 카드를 빼갔는데 그 모습이 정말 우스웠다. 하지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정말 그렇게 돈이 필요해?” 나는 그의 커다란 손을 뿌리치며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하지훈 대표님, 알면서 묻는 거야? ” 우리 집이 실의에 빠진 후 많은 빚을 졌다는 걸 강현시에서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인데 하지훈이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훈 대표님?” 하지훈은 미소를 짓더니 이 단어를 음미하며 되새겼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 매달릴 여유도 없어 테이블 위의 술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훈 대표님, 방금 주문한 술이야. 내가 다 가져왔으니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하면 팁을 좀 주면 안 될까?” 하지훈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팁도 그냥 해본 소리일 뿐 정말 그가 주길 바라지는 않았기에 웃으며 나가려는데 하지훈이 입을 열었다. “20억 줄게.”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하지훈은 내 앞으로 다가와 까만 눈동자로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20억 줄 테니 나랑 하룻밤 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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