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장
내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그러자 오빠가 다급하게 나를 향해 말했다.
“아영아, 이따가 얘기하자. 오빠 먼저 가야 해... 뚜...”
전화가 끊기고 ‘데리러 와 줄 수 없냐'고 하려던 내 말은 결국 목에 걸려 뱉을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두 팔을 껴안고 캄캄한 어둠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그런 ‘집 없는' 쓸쓸함을 느꼈다.
나는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몰라서 막막하게 계단에 앉아 있었다.
‘유라를 찾아갈까?’
하지만 조유라는 오늘 강현시에 없다.
유라는 오전에 시골로 어머니를 뵈러 간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며칠 후에나 돌아올 것 같았다.
밤바람이 차갑게 불어왔고 내 마음은 더 시리게 느껴졌다.
지금, 오빠는 여전히 바빴는데 분명 아빠의 도박 빚 14억을 마련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종일 뛰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6억이 이렇게 없어진 것을 생각하니 슬프고 눈물이 났다.
무릎을 껴안고 슬픔과 비통함에 흐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야릇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머리털이 곤두선 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었는데 술을 마신 것 같았다.
그도 다가오지 않고 엘리베이터 입구에 기대어 나를 향해 웃었다.
빤히 쳐다보는 그 눈빛에 나는 오싹함을 느꼈다. 그 남자는 표정도 괴이하여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았다.
나는 그가 거기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지켜봤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그 눈빛을 보고 있던 나는 당황하여 얼른 일어나 자리를 떴다. 빠른 걸음으로 동네 밖으로 나와 콜택시를 불러 근처 호텔로 가려 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꺼내자마자 바닥에 그림자가 하나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른 돌아보니 그 변태남이 따라오고 있었다.
머리털이 순식간에 다시 곤두선 나는 황급히 주요 도로 쪽으로 달려갔다.
그 변태남은 뜻밖에도 뒤쫓아오면서 입으로는 ‘예쁜이'라고 소리쳤다.
그 괴상한 웃음소리에 나는 온몸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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