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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장

하지훈은 의자에 기대앉아 차갑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마치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고청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우선 재민 씨는 제 남자 친구가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 같은 서민은 당연히 청하 씨만큼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지는 못하죠. 그러니 앞으로 혹시라도 저를 마주친다 해도 아는 척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행여나 청하 씨의 고귀한 품격에 누가 될까 걱정이네요.” 내 말을 들은 고청하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영 씨, 저는 그냥 아영 씨 안목이 걱정되어서 말한 것뿐이에요. 그게 이렇게까지 말씀하실 일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영 씨와 오빠 사이도 있으니...” “어떤 사이 말씀이죠?” 나는 점점 화가 났다. 원래 두 사람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심란했는데 하필 고청하가 내 꼬투리를 잡으며 비아냥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고청하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청하 씨 지훈이와 저는 더는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지훈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훈도 화를 참고 있는 것 같았고 일어나면서 의자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고청하는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하지훈을 불렀다. “오빠...” 하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고청하에게 말했다. “가자.” “오빠, 계속 아영 씨 찾고 있었잖아. 이제 겨우 찾았는데 왜...” “벌써 그만뒀어. 안 그래?” 하지훈은 나를 바라보며 하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은혜도 모르는 사람은 제대로 당해봐야 이 세상이 무서운 줄을 알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라니? 내가 전에 아무리 못되고 심하게 했어도 하지훈만큼 피도 눈물도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하지훈이 몸을 돌려 레스토랑을 나갈 때, 나는 찰나지만 고청하의 눈에 스친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았다. 이때 웨이터가 결재를 받으러 왔다. 고청하는 여전히 가식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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