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장
정순자는 계속 알게 모르게 나를 비꼬면서 깎아내렸다.
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는 출근해야죠.”
말을 마친 나는 뒤돌아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순자는 내 뒤에서 웃으며 계속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이따가 몰래 대표님 찾으러 가지는 말고. 공사장에 보는 눈도 많고 말도 많으니 알아서 조심해야지.”
정순자의 말은 헛된 꿈을 꾸지 말고 팔자 고칠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무심한 듯 웃고 지나쳤다.
사무실 직원들도 모두 대표님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평소 사무실에는 너무 조용해서 타자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시끌벅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따가 점심시간에 대표님이 아직 안 갔으면 같이 대표님을 보러 가자고 상의하고 있었다.
그 얘기들을 듣고 있던 나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정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남이다.
나한테 같이 대표님 미모를 구경하러 가지 않겠냐고 묻는 동료도 있었는데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거절했다.
뱃속 아이의 안전이 나한테는 최우선이었고 인파가 많은 곳에 가면 밀쳐 넘어질 수 있으니 갈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자료를 펼쳐 데이터를 기재하려고 할 때 주성진이 포장된 음식을 손에 들고 다급하게 걸어왔다.
“아영 씨...”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팀장님, 무슨 일이세요?”
“방금 포장해 온 죽인데 대표님한테 기져다드려요.”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서 물었다.
“네? 대표님한테요?”
“네, 대표님이 이번에 위병이 도지셨는데 글쎄 부서마다 점수 좀 따보겠다고 난리예요. 재무팀이 제일 먼저 약을 사러 갔어요. 우리 자료실도 지면 안 되죠. 어서요. 따뜻할 때 가져다드려요.”
나는 멍한 표정으로 주성진을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
“지금요? 대표님 이미 식사하셨을걸요? 공사장에 구내식당도 있고요.”
“아영 씨, 머리를 써요. 대표님이 식사하신 것과 별개로 챙겨드리는 건 저희가 하는 성의 표시에요. 이미 드셨어도 저희 마음만 알아주면 되는 거죠. 제 말대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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