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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장

내 퇴근 시간은 여섯 시다. 회사에는 공사장에서 숙식하는 직원도 있고 따로 밖에서 집을 구한 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직원 중 대부분은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퇴근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강재민은 누가 봐도 매번 일부러 나를 찾으러 오는 것 같았다. 지금도 내가 방금 식판을 들자 강재민도 식판을 들고 내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구석에 앉았다. 강재민도 나를 따라와 내 맞은편에 식판을 놓았다. 그리고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영 씨, 저는 오늘 야근을 해야 해서 이따가 먼저 가세요.” “네.” 나는 가볍게 대답하며 점심에 강재민이 나에게 사준 음료수를 다시 그대로 강재민에게 건넸다. 강재민은 당황한 것 같았지만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영 씨, 이건...” “사실 저 이미 결혼했어요.” 내 말에 강재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나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아이도 있어요.” 강재민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 “아영 씨, 저를 거절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면 이런 거짓말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아영 씨는 딱 봐도 이십 대 초반 같은데 이미 결혼했고 애까지 있다니요.” “정말이에요.” 나는 병원 검진서를 강재민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저는 결혼했고 남편도 아이도 있어요. 그러니 재민 씨, 저한테 너무 시간 낭비, 감정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강재민은 내 손에 있는 병원 검진서를 훑어봤고 잘은 모르겠지만 위에는 확실히 임신 몇 주차라고 똑똑히 적혀있었다. 그러자 강재민은 아까 다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순식간에 화를 내며 말했다. “아영 씨,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왜 거짓말했나요? 그것도 그렇게 오래! 나는 정말 아영 씨가 솔로인 줄 알았어요. 나를 가지고 논 건가요?” 갑작스러운 소동에 주위 사람들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우리 쪽을 쳐다봤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강재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요. 그리고 재민 씨와 아주머니가 이때까지 저를 보살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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