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겨우 이 정도로?
부시혁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성준영의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천강에 망고는 왜 보낸 거야?”
부시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에 성준영은 재잘재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부시혁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그는 말없이 바로 햇빛 가든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알아보겠다던 담당자가 부랴부랴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저희 쪽 직원이 대표님께서 이혼하셨다는 사실을 몰랐나 봐요. 그래서 올해도 윤슬 씨 주소로 보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시혁의 옆에 붙어 통화 내용을 전부 들은 성준영이 고개를 저었다.
“윤슬 씨도 참 불쌍하네. 괜한 일로 형 엄마한테 그 모욕을 당했으니.”
왕수란이 어떤 말로 윤슬을 모욕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부시혁은 거칠게 타이를 풀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펜션에서 윤슬을 만난 모습을 누군가 몰래 찍은 것도, 망고 한 박스 때문에 왕수란이 회사까지 찾아가 그렇게 화를 낸 것도 전부 부시혁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
웨이터가 식탁에 요리를 서빙하고 룸을 나가자 부시혁이 물었다.
“여일 쪽 연락처는 전해 줬어?”
“어, 통화했는데 목요일에 직접 공장에 가보기로 한 것 같더라.”
국을 한 술 떠먹은 성준영이 말을 이어갔다.
“근데 윤슬 씨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인 줄 알았는데 대단하던데? 화술이며 포스며... 뭐든 빨리 배우는 타입인가 봐?”
“그래?”
부시혁은 문득 윤슬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알아볼 생각도 없었나?
6년 동안의 결혼생활 동안 부시혁의 기억 속에 윤슬은 항상 바쁘게 집안일을 하는 모습뿐이었다.
그가 퇴근할 때를 맞추어 항상 따뜻한 밥을 차려놓았고 겉옷부터 속옷까지 직접 빨래에 다림질까지 해놓는 누가 봐도 백 점짜리 아내였다.
그런데 비즈니스에도 재능이 있을 줄이야.
“언젠가 직접 보면 알게 되겠지. 형 엑스 와이프 보통 사람은 아니더라.”
성준영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왜 굳이 여일한테 부탁까지 하면서 천강을 도와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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