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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저 정말 괜찮아요

‘내가 지금 불쾌하고 있는 게 안 보여?’ 육재원은 박희서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입가에 맴돌고도 말을 잇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육재원은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털어 입에 머금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하지만 화염이 연기 가까이 다가온 순간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침대를 향해 약을 마시고 있는 박희서를 잠시 쳐다본 뒤 담배를 피우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라이터와 담배를 다시 넣었다. ‘됐어, 안 피울래.’ ‘이 담배 너무 맛없어, 다음번에는 다른 걸로 바꿔야겠어.’ 육재원은 입술을 오므리며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갑자기 깨뜨렸다. 박희서는 그릇에 담긴 약을 몇 모금 마신 뒤 입안에 가득 찬 쓴맛을 참고 그릇을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고는 재빨리 머리 위의 물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셔서야 겨우 입안의 쓴맛을 덜었다. 박희서의 이런 모습을 보고 육재원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약 마시는 데 뭘 그렇게 죽을 표정이야.” 박희서는 입을 벌리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이 약은 정말 써요.” 설탕을 넣지 않은 블루마운틴 커피보다 더 쓰다. 육재원은 시큰둥하게 흥얼거렸다. “그렇게 써? 마시고 싶지 않은 거 아니고?” 박희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육재원 말이 맞기 때문이다. 확실히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약을 마시라는 거지, 다른 걸 하라는 것도 아닌데 누구한테 이런 꼴을 보이는 거야?” 육재원이 계속해서 박희서를 자극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여기까지 말하고 박희서는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더 이상 계속 말하지 않았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말하든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이렇게 된 이상 논쟁은 필요 없는 것이다. 어쨌든 아무리 논쟁해도 육재원 눈에는 다 틀려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희서도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박희서는 눈을 내리깔고 약간 자조적인 어조로 대꾸했다. 박희서의 말을 듣고 육재원은 마음이 또 내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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