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장

서정희는 다른 사람들의 근황도 알아봤지만 염정훈의 자료와 다를 게 없었다. 그녀는 그 여자들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려 했는데 전부 이사를 하지 않으면 고향으로 돌아가 현재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서정희는 잠시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제인이 쉬고 나면 다시 병원에 방문할 생각이었다. 오인범과 한참 대화를 한 뒤에야 헤어진 서정희는 바깥의 하늘을 보다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마침 저녁 러시아워라 서정희는 차 창문에 기댄 채 두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택시 안의 현지 라디오 채널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봉원산 정신병원 투신자살 사건”이라는 뉴스가 귓가에 들어왔다. 눈을 뜬 서정희는 기사에게 소리를 높여달라고 했다. 거긴 오늘 그녀가 갔던 정신 병원이 아니던가? 그녀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사망한 사람은 바로 그녀가 낮에 만나러 갔던 제인으로 사진 속의 그녀는 얇은 환자복 차림에 얼굴에는 기괴한 미소를 띈 채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사진을 본 순간 서정희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며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기사가 당황해서 물었다. “손님, 왜 그러세요?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아, 아니요. 그냥 이 여자애가 참 불쌍해서요.” “정신병이라잖아요. 정상이에요. 제 사촌 형 아이도 우울증이라 자살을 몇 번이나 시도했는지 몰라요. 떠나는 건 그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해방이에요.” 서정희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서정희는 침대에 꽁꽁 묶인 채 진정제를 투여 당하던 여자애를 떠올렸다. 분명 아직 그토록 어린 나이인데. 잔뜩 울적해진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니 염정훈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듯했다. 서정희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심신이 다 지친 듯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제인이 뛰어내리는 장면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물속에 던져진 돌처럼 한 차례의 파문을 일으킨 뒤 사라지고 없었다. 머지않은 미래의 그녀의 말로를 떠올리니, 서정희는 자신이 죽어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도 없는데, 염정훈은 슬퍼할까? 아니면 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