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염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굳은 얼굴로 서 있기만 해도 서정희는 거대한 한기가 자신을 덮치는 것 같았다.
염정훈의 울대가 움직였다.
“나도 네가 한 게 아니길 바라. 그날 너 묘지에 가서 세 시간이나 넘게 있었잖아. 말해 봐, 그날 너 뭐 했어?”
서정희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 보러 간 거라고 했잖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할머니를 보러 간 게 잘못이야? 이건 묘비야, 만두가 아니라. 내가 쪼갠다고 쪼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모함하려고 해도 증거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럼 똑똑히 봐, 이게 뭔지.”
염정훈은 이내 서정희가 손에 망치를 들고 있는 사진을 꺼냈다. 그 사진을 보자 서정희마저 깜짝 놀랐다.
“이건 묘지 관리인이 떨어트린 도구야. 불쌍해 보여서 대신 주워준 거였어.’
서정희는 누군가가 이런 사진을 찍었을 줄은 몰라 다급히 해명했다.
“난 염화진의 묘지 앞에서 말 몇 마디 한 게 다야. 내가 떠날 때만 해도 멀쩡했어. 염정훈, 날 믿어줘. 내가 왜 그렇게 했겠어? 이런다고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데?”
황급히 변명하는 서정희의 모습을 본 염정훈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서정희의 턱을 들어 올린 뒤 손가락으로 입술을 꾹 눌렀다.
“이렇게 예쁜 입술로 왜 진실 한 마디를 하지 않아? 진영이 이미 네가 화진의 묘지 위치를 알려줬다고 시인했어. 그리고 넌 특별히 사립 탐정까지 찾았지.”
서정희는 염정훈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시인했다.
“맞아, 탐정에게 이번 사건을 조사하라고 했어. 하지만 난 당신이 왜 이렇게 변한 건지 알기 위한 거였어. 설령 강선화가 염화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난 그저 묘지 앞에 꽃다발만 놓고 곧바로 할머니 묘지로 갔어. 게다가… 난 병을 앓고 있어서 애초에 현장을 이렇게 만들 힘도 없어!”
“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화진이는 죽을 때까지 강선화의 신분으로 살았어. 너희 집안 사람들 말고는 원한 살 만한 사람이 없었어. 그럼 어디 말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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