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장
서정희는 자신의 그릇에 놓인 가장 큰 고깃덩어리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빈이와 범이는 지금 막 키가 크는 나이라 어머니의 솜씨를 칭찬하면서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넣었다.
지한은 서정희가 젓가락질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
“섬에 식자재가 많지 않아서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조금 먹소.”
빈이는 입술을 깨물면서 고민하다가 자신의 그릇에 있던 고기도 서정희에게 집어주었다.
“누나,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데, 많이 먹어요.”
자신의 그릇에 놓인 고깃덩이들을 보면서 서정희는 마음이 더 아팠다.
사랑이 결핍한 사람에게는 타인의 불씨만큼의 관심으로도 마음 전체가 따뜻해지는 법이다.
“죄송하지만 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먼저들 드세요.”
서정희는 염정한을 안고 자리를 떴다. 겨울철의 섬은 달빛 아래서 더 고독하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 한 사람이 와 앉았다. 과묵한 지한이었다.
“여기는 밤중에 배고프면 먹을 거 없소.”
“알고 있어요. 나 배고프지 않아요.”
지한은 뒤에서 무스케익 한 조각을 내놓았다. 케익은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이미 형태가 망가졌다.
“섬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이거라도 먹소.”
서정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순간 케익의 단맛의 그의 입안에서 맴돌았다.
“여기 사람들은 인질에게 다 이렇게 친절해요?”
서정희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인질이 아니라 손님이요.”
지한은 두 손을 뒤로 가져가서 몸을 지탱하고 밝은 달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당신들 같이 부잣집 사람들은 우리가 하찮겠지만, 그런 우리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소.”
“난 당신들을 하찮게 여긴 적 없어요. 뒷일에 대해 우리 좀 더 논의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지한은 서정희를 지긋이 바라봤다.
“알았소.”
서정희는 하품을 하고 있는 염정한을 안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먼저 애를 재우고 올게요.”
방에는 이미 따뜻한 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누나, 엄마가 도시 사람들은 깨끗한 걸 좋아한다고 해서, 물을 끓여 놓았어요.”
서정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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