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이제 그도 지수현의 성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주동적으로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 한 그녀가 주동적으로 일을 벌이지는 않았다.
허정운이 바로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자, 지연정은 갑자기 더욱 서러워졌다.
"정운 오빠, 나는 정말 언니를 도와 계란찜을 들어주고 싶었을 뿐이야. 설마 실수로 쏟을 줄은 정말 몰랐어. 그런데 언니는 내가 일부러 쏟았다고 생각하며 나를 때렸어...."
허정운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알았어. 그만 돌아가 봐."
지연정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했다.
‘오빠가 나 대신 나서주지 않는다고?’
"그래. 그럼, 내가 다음에 다시 오빠를 보러 올게. 오빠도 언니를 너무 탓하지는 마. 다 내가 도움이 못 돼서 언니가 그렇게 화가 난 거야. 그러니 나는 언니를 탓하지 않아."
허정운이 평온한 얼굴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눈빛을 하자, 지연정이 매우 서러워하며 가버렸다.
거실을 잠시 뒤지던 허정운이 마침내 구급상자를 찾았다.
그는 휠체어를 밀고 침실로 돌아갔다. 방금 찬물로 팔을 헹구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지수현은 허정운의 손에 들려있는 구급상자를 보고 의외라는 눈빛을 했다.
‘허정운은 지금 지연정을 달래주고 있어야 하잖아?’
"이리 와. 내가 약을 발라줄게."
허정운의 평온한 눈빛을 마주한 지수현은 제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허정운 앞으로 다가갔다.
“구급상자를 이리 줘, 내가 할게.”
허정운의 표정이 조금 싸늘해졌다.
"네가 약을 바르려면 불편하니 내가 도와줄게."
"그럼, 됐어. 어차피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지수현이 몸을 돌려 가버리려 하자, 가슴속에 울분이 차오른 허정운이 차갑게 말했다.
"거기 멈춰!"
그는 구급상자를 지수현에게 건네주면서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 지금 화가 난 심정을 표현했다.
지수현이 구급상자를 건네받더니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침실을 나갔다.
허정운이 휠체어를 밀고 나가 보니 지수현이 소파에 앉아 약을 바르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팔이 온통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본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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