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지연정이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가 차 옆으로 다가가더니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허정운을 불렀다.
"정운 오빠, 모두가 오빠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내려와."
차 안에서는 지수현과 허정운이 대치하는 중이었다. 문득 지연정이 일부러 부드럽게 내는 목소리를 듣게 된 지수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녀는 살며시 웃는 얼굴로 허정운을 바라보며 일부러 지연정의 말투를 따라 했다.
"정운 오빠, 오빠의 여동생이 밖에서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으니, 나를 놓아주면 안 돼?”
허정운이 미간을 더욱 심하게 찌푸리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지수현, 제대로 말해!"
지수현이 눈을 흘겼다.
"네가 이렇게 내 손을 붙잡고 있으니 내가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잖아?”
허정운이 잠시 침묵하더니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놓아주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만 내리자."
지수현은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연정은 지수현을 보게 된 순간, 수줍음과 기대에 찬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지수현, 왜 네가 여기서 내려?"
‘설마 얘가 정운 오빠랑 같이 오다니!’
‘이 나쁜 년!’
지수현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웃으면서 말했다.
"연정아, 나를 보고 놀란 것 같네?"
지연정뿐만 아니라 지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지수현을 보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특히 한현영은 지수현을 마치 원수를 쳐다보듯이 노려보았다.
‘지수현이 일부러 저 차를 타고 왔을 거야!’
‘저 애는 지씨 가문으로 돌아온 뒤로 모든 방법을 다 써가며 연정이보다 이목을 끌려 했지!’
허정운이 다른 쪽 문으로 내리더니 지수현의 곁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뿌리치지 못했다.
그녀가 겨우 참으며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허정운, 너 무슨 병 있는 거 아니야? 저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저들이 오해하는 게 걱정되지 않아?"
"뭘 오해해? 우리 원래 부부인데 손잡는 게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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