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지수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네 생일 선물로 주려고 디자인한 드레스를 새로 온 점원이 실수로 가게에 내걸었는데 누군가 마음에 든다며 사고 싶어 했대.”
신설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어떤 드레스야? 마침 오늘 저녁에 파티에 참가하니, 네가 유아 씨에게 가져다 달라고 해. 파티에 입고 가게.”
"네 생일이 아직 보름이나 남았어. 네 생일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얘기하자. 나는 서류를 봐야 하니, 너도 빨리 일하러 가.”
신설리는 또다시 지수현에게 졸랐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일하러 갔다.
저녁 무렵,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 지수현은 허정운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나 지금 MY 아래에 있는데, 언제 퇴근해?"
허정운의 목소리는 차가운 기운을 띠고 있었는데, 어젯밤의 일로 화가 나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섯 시에 퇴근해. 아직 십여 분 남았으나 급하면 내가 지금 내려갈게."
"아니야. 내가 기다릴게."
지수현은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하던 일을 내려놓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MY를 나오자마자 길가에 세워진 검은색 마이바흐가 보였다.
차 옆으로 다가간 그녀가 문을 열고 차에 타자마자 온몸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허정운은 손에 든 서류를 주시하면서 머리도 들지 않고 운전기사에게 차를 몰라고 지시했다.
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침묵하며 지씨 가문 저택 앞에 도착했다. 차가 곧 멈추려던 순간, 지수현이 고개를 돌려 허정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 뒤 누군가 네게 내가 왜 네 차를 타고 왔는지 물으면 지연정이 네게 나를 데리러 가달라고 부탁해서 여기로 오는 김에 태워줬다고 해.”
허정운이 눈살을 찌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지수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렇게 내놓기 부끄러워?”
"삼 년 동안 결혼생활 하는 내내 사람들에게 우리 관계를 숨겨왔어. 이제 곧 이혼할 건데 뭐 하러 우리가 결혼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허정운이 코웃음 치며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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