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85화
은정은 조금도 기죽지 않았고, 오히려 거침없고 대담하게 말했다.
“좋지. 오히려 잘됐네. 모두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게 되고, 나도 당당하게 너 쫓아다닐 수 있잖아.”
유진은 눈앞의 이 남자가 예전에 알던 은정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아는 구은정은 차갑고 도도하며, 세상에 무관심한 듯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는, 얼굴에 철판을 깐 수준이었다.
유진은 은정을 노려보며 마치 화난 아기 표범처럼 들끓었지만, 상대는 덩치 큰 맹수 같았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문을 세게 닫고 들어오자마자, 유진은 소파에 주저앉아 씩씩댔다.
다른 여자들은 다들 손에 받들어지며 사랑을 받는다는데, 왜 자신만 이렇게 불에 던져진 기분인 건지. 폭죽처럼 터질 듯한 감정에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저게 어떻게 사랑 고백이야.’
상황만 바뀌면 스토커 취급을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절대 안 받아줄 거야. 죽어도 안 돼.’
유진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내쉬며 마음속의 답답함을 함께 토해냈다.
다음 날 아침, 유진은 짐을 챙겨 임씨 저택으로 돌아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은정이 나가려다 맞닥뜨렸다. 유진은 은정을 못 본 척하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그리고 은정은 조용히 그녀를 따라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주말이라 조용했고, 둘 사이에는 캐리어 하나가 놓인 채 나란히 섰다.
은정이 유진의 캐리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언제 돌아올 거야?”
유진은 뾰로통한 얼굴로 대꾸했다.
“안 돌아올 건데요?”
은정은 유진의 불만 가득한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집에 가서 할아버지한테 나가지 말라고 전해. 곧 우리 아버지가 직접 찾아뵐 거니까.”
“왜요?”
유진이 되묻자, 은정의 눈빛이 깊어졌다.
“내 아버지가 직접 찾아가서 말씀드릴 거야. 아들이 유진이랑 결혼하고 싶어 한다고.”
유진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이를 악물었다.
“그럴 용기 있어요?”
유진은 전날 구은태한테 찾아간다는 말로 은정을 겁주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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