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숙빈이 말을 이으려던 찰나, 강희진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녀는 초월이 왜 이리도 오래 돌아오지 않는지 걱정되어 중도에 변이라도 생겼는지 살펴보러 온 것이었다.
숙빈 손에 든 서책을 확인한 순간, 강희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려움과 걱정, 수치심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허락도 없이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다니, 장군댁 규수가 어찌 이런 도적 같은 행동을 하시오?”
강희진이 서책을 노려보며 꾸짖었다. 숙빈은 이미 그 내용을 훤히 알고 있는 듯했다.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본궁이 무슨 짓을 하든 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단 말이오?”
숙빈이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도리어 당신이 문제로다. 평소 궁중에서 그러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원래 몸팔아 폐하의 총애를 받는 주제에, 문무백관이 둘러보는 자리에서 이런 추문을 들추다니 체통이 어디 있단 말이오!”
서책에 그려진 그림이 스쳐 지나가자 숙빈의 볼이 붉어지며 분노가 서렸다.
“그런들 어떻사옵니까? 폐하께서 기뻐하시면 그만이 아니옵니까.”
강희진이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쳤다.
“추잡하다 여기시면 어서 돌려주시지요.”
“본궁이 지금 당장 폐하께 올리겠소!”
숙빈이 몸을 돌려 천막 쪽으로 종종걸음을 치자 강희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양현무가 선우진과 정사를 논하는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던 터. 만약 이 장면을 양장군이 목도한다면 왕실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터였다.
생각이 미치자 강희진은 숙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돌려주시오!”
숙빈이 손을 뻗어 서책을 움켜쥐자 두 여인의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서책이 바닥에 떨어지며 굴러가자 초월과 청심이 허둥지둥 달려들었으나, 검은 장화를 신은 발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영친왕 전하?!”
강희진이 숙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선우영 앞으로 다가갔다.
“화비 마마? 숙빈마마? 이게 대체 무슨 해괴한 일이오?”
선우영의 눈가에 걸린 잔웃음을 강희진은 놓치지 않았다.
“전하, 그 서책을 소첩께 돌려주시옵소서.”
“이게 무슨 참극이냐?!”
선우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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