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초월은 속으로 이해하였다.
“폐하께서 며칠째 쇤네를 찾아오지 않으시니 어찌든 방도를 강구해야겠소.”
강희진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제껏 그녀는 몸이 자유롭지 못해 남의 총애를 얻으려 온갖 술수를 부려야 목숨을 부지하는 신세였다.
“제게 맡기시오.”
초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책권을 받아들었다.
지난번 동월이 명광궁에서 상처를 치료 중이라 이번 추렵에는 강희진이 초월과 몇 궁녀만 데리고 나오게 되었는데, 강원주의 사람들이 곳곳에서 감시하지 않으니 도리어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초월이 떠난 뒤 강희진은 짐을 꾸리며 잠시 후 나가서 구경도 하고 대신들의 야영지가 어느 쪽인지 살펴보려 했다.
환생 후 처음으로 정승님을 대면하게 될 생각에 어쩐지 긴장이 되었다.
비록 죽을 때 그녀를 괴롭힌 건 강원주였지만 그 비극적 삶을 만든 장본인은 정승 강씨였다.
과거 일들이 생생히 떠올라 나날이 더욱 선명해졌다.
강희진은 이를 악물며 복수의 마음을 다잡았다.
한편 초월은 선우진의 막사로 곧장 향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소녀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푸른 옷차림이 산중 정령 같았다.
문득 멀리서 문 앞에 익숙한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급히 걸음을 멈췄다.
청심이었다.
초월은 미간을 찌푸렸다.
숙빈도 지금 막사 안에 있는 것이었다.
이를 생각하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책권을 꽉 끌어안고 돌아서려 했다.
“거기 서라!”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숙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월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순간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몸을 돌려 숙빈에게 공손히 절을 올렸다.
“쇤네, 숙빈 마마께 문안드립니다.”
“너, 폐하께 볼일이 있느냐?”
숙빈은 고개를 치켜들고 초월을 내려다보았다.
“쇤네, 우리 마마의 분부로 폐하께 문안드리러 왔사옵니다. 숙빈마마께서 계시니 쇤네는 물러가겠사옵니다.”
초월은 속으로 어찌하면 빨리 빠져나갈지 궁리했다.
숙빈은 얽히기 쉬운 인물이라 만일 걸리면 강희진에게 다시 흉이 될 게 뻔했다.
“이것도 폐하께 드릴 물건이냐?” 숙빈의 시선이 초월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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