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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상선 배운종이 선우진의 뒤를 바싹 따랐다. 조금 전 황제의 명령을 듣고 문을 열었을 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용안을 쳐다보았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또 화비의 요염한 자태가 떠올랐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웃을 때마다 한없이 교태스러운 매력이 흘러나왔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타고난 듯했다. 요염한 자태와 손짓 하나하나에서 독특한 운치가 흘러나왔다. 마치 활짝 핀 꽃처럼 고혹적이었다. 완벽한 몸매는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어찌나 환상적인지 내시인 배운종의 마음마저 흔들리게 할 정도였다. ‘이러니까 폐하께서 총애하시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 순간 배운종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왜 이런 상상을...’ 이는 참수형에 처할 큰 죄였다. 배운종은 서둘러 뒤에 있는 궁녀들에게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 해가 밝게 떠올랐다. 선우진은 침상에서 천천히 일어나 품에 안겨있는 강희진을 바라봤다. 너무나도 요염하고 사랑스러웠다. 폭포수처럼 쏟아진 긴 머리카락이 그의 팔에 부드럽게 드리워졌는데 마치 그의 마음을 휘감는 듯했다. 선우진의 건장한 몸이 늠름하고 위엄이 있어 강희진의 가녀린 몸이 더욱 작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 그는 강희진을 껴안고 두 손으로 손목을 잡고는 자신의 몸에 가져다 댔다. 강희진은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지만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여전히 깨어나지 않자 장난기가 발동한 선우진은 고개를 숙여 강희진의 앵두 같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기 시작했다. 갓 젖을 먹기 시작한 아기처럼 살살 굴리며 놔주지 않았다. 짓궂은 장난을 주인이 알아차리기를 바라면서도 또 알아차릴까 봐 두려워하는 기묘한 심리가 뒤섞여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강희진이 결국 비몽사몽 깨어났다. 그녀가 깨어난 걸 본 선우진은 눈빛에 감도는 광기를 숨기지 못하고 강희진의 몸을 더듬거렸다. 가느다란 허리는 마치 흐르는 물처럼 유연했고 또다시 온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강희진은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정말 아니 되옵니다. 소첩 감당하기 힘드나이다.” 손으로 밀어내긴 했지만 선우진에게는 고양이가 가볍게 긁는 것처럼 느껴져 거부하면서도 받아들이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선우진은 이런 느낌이 새롭고 사랑스러워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정신을 차리려고 밖으로 나가 찬 바람을 쐬었다. 문을 쾅 닫는 것으로나마 화난 마음을 풀고 싶었지만 아직 잠들어 있는 강희진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떠올라 차마 그러지 못하고 살짝 닫았다. 배운종은 밤새 문밖에서 지켰다.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황제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화들짝 놀란 나머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화비마마께서는 왜 폐하를 붙잡지 못하고 또 화나게 한 거야?’ 그는 감히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선우진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몇 걸음 채 걷기도 전에 선우진이 말했다. “짐이 혼자 산책할 터이니 상선은 따라오지 않아도 되오. 상선은 가서 상소문을 어서전에 옮겨놓도록 하오. 이따가 그리로 가겠소.” “알겠사옵니다.” 배운종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강희진은 여전히 비몽사몽이었다. 선우진이 갑자기 손을 놓고 사라진 건 그래도 느꼈다. 불안한 마음에 손을 꼼지락거렸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자 다시 잠을 잤다. 그러다가 갑자기 찬물이 쏟아지면서 그녀를 흠뻑 적셨다. 강희진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떴다. 물방울이 강희진의 부드러운 볼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촉촉하게 적셨다. 마치 그녀의 몸에서 흘러내린 것처럼 영롱했다. 강희진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런데 그 모습조차도 매혹적이고 요염하게 보였다. 그녀는 축 늘어진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강원주는 그 모습을 보고는 분노에 휩싸인 듯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년, 네가 뭔데? 꼬리 치는 수작이나 부릴 줄 알면서. 네 쓸모는 이것밖에 없어.” 강희진과 얼굴이 거의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요염한 매력은 가지지 못했다. 강희진이 아무리 미워도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숙빈이 하례하러 왔다는 궁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희진은 온몸이 쑤시는 듯한 고통을 참으면서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나갔다. 강원주도 더는 화를 낼 수 없어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문을 열자 숙빈의 궁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강희진이 밖으로 나갈 때 마침 숙빈과 스쳐 지나갔다. 강희진은 그냥 지나가려 했지만 붙임성이 좋은 숙빈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네가 바로 화비마마의 동생이겠구나. 정말 예쁘네. 같은 여인인 나도 마음이 설렐 뻔했다.” 강희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과찬이십니다. 어찌 언니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그 후로 겉치레뿐인 칭찬 몇 마디가 서로 오갔다. 강희진은 숙빈 뒤에 있는 몸종이 과자를 들고 있는 걸 보고는 궁금한 척 물었다. “숙빈마마, 이것들은 다 무엇입니까?” 숙빈은 몸종에게 앞으로 가져오라고 했다. “내가 직접 만든 백설기다. 화비마마께 드리려고 가져왔느니라.” 강희진이 갑자기 비틀거리면서 넘어질 뻔하던 그때 다행히 옆에 있던 몸종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숙빈마마, 어서 화비마마께 가보십시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백설기가 식을까 걱정입니다.” 숙빈이 재빨리 말했다. “아이고. 네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까먹을 뻔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다. 다음에 또 얘기하자꾸나.” 강희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살짝 굽혀 예를 올렸다. 숙빈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강원주에게 말했다. “폐하께 총애를 받으시더니 며칠 사이에 더욱 아름다워지셨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백설기를 가져왔는데 한번 드셔보십시오.” 강원주는 겉으로는 이 선물을 하찮게 여겼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는 척했다. “당연히 맛봐야지요.” 그러고는 두 손가락으로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숙빈은 그녀가 삼키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 강희진은 뜰에 서서 멀어지는 숙빈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때 옆에 있던 계집종이 강희진을 꼬집으면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야, 정신 차려.” 계집종이 그녀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일깨웠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안에서 강원주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계집종은 급히 들어가 살펴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강원주의 얼굴에 갑자기 두드러기가 가득 돋았다. 볼이 붉게 달아올랐고 통증 때문에 표정도 잔뜩 일그러졌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기라도 하듯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아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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