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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토록 사람을 홀리던 계화 향은 사라졌고 단맛은 여전했지만 궁에서 날마다 먹던 흰목이버섯찜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 흰목이버섯찜에 어머니가 남긴 계화 가루를 넣었다고 말했던 게 떠올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재료가 다 떨어져서 그 맛이 안 나는 건가? 곧 추석도 다가오는데 친정이 그립다고 하면 친정 나들이를 허락하고 정승 부인에게 계화 가루를 만드는 법을 배워오라고 해야겠다.’ 선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또 다른 음식인 새알심을 맛보았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지나친 단맛에 선우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새알심은 수라간에서 만든 것보다도 맛이 없었다. “폐하, 왜 그러시옵니까? 입맛에 맞지 않으시나이까?” 선우진의 안색이 변한 걸 본 강원주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 망할 년이 날 속인 게 맞구나. 폐하께서 단 음식을 좋아하실 리가 없지.’ “괜찮다.” 선우진의 태도가 조금 싸늘했고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비볐다. ‘저 붉은 입술로 먹여준 게 아니라서 그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 건가?’ 강원주는 그의 생각을 전혀 모른 채 다른 맛도 만들라고 시킨 걸 다행이라 여겼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기 완자를 젓가락으로 집고는 다정하게 말했다. “방금 드신 게 입맛에 맞지 않으신다면 이것 좀 드셔보시옵소서.” 하얗고 깨끗한 손목을 본 순간 선우진은 오후에 있었던 그 황당한 일이 떠올랐다. 입을 살짝 벌리고 고기 완자 맛을 봤는데 특유의 향이 코를 찔러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강원주는 미소를 잃지 않다가 그의 안색이 어두워진 걸 보고는 당황해서 젓가락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폐하...” 젓가락 끝에 묻은 고기 완자의 국물이 선우진의 곤룡포에 떨어졌다. 선우진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억지로 고기 완자를 씹어 삼키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배부르구나. 날이 늦었으니 쉬도록 하라.” 강원주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폐하께서 내가 준비한 음식을 싫어하시는 것 같은데... 대체 이유가 뭐야?’ 그만 쉬라는 선우진의 말에 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폐하, 소첩 아직 목욕을...” 그러자 선우진이 웃으면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럼 어서 가서 씻지 않고 뭐 하느냐? 짐이 또 너를 기다려야 한단 말이냐?” 아까 마치지 못했던 일을 떠올린 선우진은 욕망을 드러내면서 강원주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전에는 이 계집의 맛을 알아 넋이 나갔었는데 지금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녀를 쳐다보는 선우진의 두 눈이 어둡기만 했다. 강원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폐하께서 눈치채신 건 아니겠지?’ 강원주는 강희진의 애교 넘치는 모습을 흉내 내면서 그의 손을 밀어냈다. “폐하, 소첩 목욕하고 오겠나이다.” 선우진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보면서 손가락을 매만졌다. ... 강원주는 선우진을 잘 구슬린 다음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춘희에게 강희진을 뒤채로 데려오라고 한 뒤 억지로 약을 먹였다. “폐하께서 앞채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수작 부리지 말고 들어가 잘 모시도록 해라.” 약이 어찌나 단지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강희진은 기침 몇 번 만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강원주와 춘희가 강희진을 침전으로 데려가던 그때 한 궁녀가 급히 달려와 말했다. “마마, 큰일 났사옵니다. 폐하께서 침소로 가셨나이다.” 강원주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년을 목욕물에 던져넣어.” 춘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원주와 함께 강희진을 잡아끌고 급히 달려갔다. 강희진은 가뜩이나 약 기운 때문에 온몸이 뜨거워졌는데 따뜻한 목욕물 안에 들어가니 더욱 괴로웠다. 그녀는 다리를 꼬면서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강원주는 분노에 휩싸였다. “빌어먹을 년... 폐하께서 오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요염한 짓을 해?” 강희진을 조금 더 괴롭히려던 그때 갑자기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궁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마마께서는 아직 목욕 중이시옵니다...” “그럼 짐이 함께 목욕을 하면 되겠구나.” 선우진의 목소리에 차가움이 느껴졌다. 목욕하러 간다고 해놓고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꾸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강원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선우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만약 그녀와 강희진이 함께 있는 걸 본다면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참수형을 당할 것이다. 그녀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서둘러 옆에 있는 장롱에 숨었다. 때마침 들어온 선우진은 그녀에게 따져 물으려 했지만 강희진이 목을 젖힌 채 욕조에 기대어 있는 걸 보았다. 하얀 목덜미에서 열기가 피어올라 피부가 더욱 부드럽고 촉촉해 보였다. 선우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약 때문에 이성을 잃은 강희진은 입술을 깨문 채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폐하...” 선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턱을 잡고 바로 입을 맞췄다. 곤룡포가 흠뻑 젖었고 품긴 안긴 여린 여자는 참으로 부드럽고 따뜻했다. 웬일인지 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것 같았고 팔로 그의 목을 감쌌다.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커다란 손으로 강희진의 허리를 잡고 입술로 그녀의 귓불을 깨물었다. “저녁에 만든 음식이 참 맛이 없더구나... 혹 짐이 너를 맛보러 오길 기다렸던 것이냐?” 선우진은 입맞춤으로 그녀의 목에 붉은 자국을 남겼고 허리를 꽉 감싸 안은 채 뼈마디를 전부 녹여 삼킬 듯했다. 욕조 안의 물소리마저 야릇하게 들렸다. 장롱에 숨어 있던 강원주는 주먹을 꽉 쥐었고 두 눈은 질투심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빌어먹을 년... 사내를 홀리는 재주는 타고났구나. 만약 내 몸이 멀쩡했더라면 지금 폐하와 함께 있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인데.’ 두 사람의 숨소리에 강원주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거의 매 순간이 고통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밤새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강원주는 춥고 무서웠지만 장롱이 좁아서 몸을 돌릴 수도 없었다. 선우진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강희진을 안고 나간 뒤에야 장롱에서 비틀거리며 나왔다. 그녀의 두 눈에 원한이 가득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춘희가 급히 들어와 그녀를 부축했다. “마마...” 강원주는 이를 악물었다. “폐하께서 가시면 그년을 내 앞으로 데려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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