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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입맞춤이 거세게 쏟아져 내렸다. 냉혹함 속에 짙은 욕망이 감춰져 있었다. 그의 입맞춤에 정신이 혼미해진 강희진은 본능적으로 선우진의 옷소매를 움켜쥐었다. 설탕물이 옷에 쏟아져 치마가 흠뻑 젖었고 몸에 스며들어 축축하고 차가웠다. 불편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그의 품에서 몸을 비틀면서 입맞춤에 응했다. 선우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커다란 손이 허리를 타고 점점 위로 올라갔다. 그는 강희진의 귓불을 깨물면서 더욱 낮고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떻게 했기에 이리 유연한 것이냐?” 강희진은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폐하, 밖... 밖에 사람이 있사옵니다...” 들어올 때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아 틈이 조금 남아 있었다. 밖에서 지키고 서 있던 궁녀와 내관들이 문을 등지고 있어 그들이 뭘 하는지 볼 수 없었지만 강희진은 그래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런 곳에서 정사를 치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때는 선우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항상 문을 잘 닫았었다. 그런데... 선우진은 그녀의 몸이 굳어지는 걸 알아차리고 더욱 제멋대로 쓰다듬었다. “있으면 뭐 어떠하냐?” 이번 생에 겨우 한 번 합방했을 뿐인데 그는 그녀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했다. 강희진은 더욱 부끄러워져 그의 어깨를 깨물고는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니 되옵니다... 규율에 어긋난단 말이옵니다...” “규율에 어긋나다니?” 선우진은 따뜻한 손가락으로 허리띠를 잡아 풀면서 씩 웃었다. “조정의 대신들이 짐에게 후손을 보라고 다그치고 있다. 후손을 보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하더구나. 그래서 지금 정사를 보려 하느니라.” 그는 강희진의 볼을 어루만지면서 능글맞게 웃었다. “폐하, 아... 아니 되옵니다...” 강희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황당한 짓을 막으려 했지만 선우진은 그녀를 옆에 있던 푹신한 긴 의자에 안아 올렸다. 곤룡포와 설탕물에 젖은 그녀의 붉은 궁중 예복이 바닥에 흩어졌다. 선우진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깨물면서 커다란 손으로 허리를 감쌌다. 두 눈은 이미 욕정으로 가득 찼고 그녀의 허리띠를 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바깥에서 갑자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소신 아뢸 말이 있사옵니다...” 선우진은 움직임을 멈추고 불쾌한 표정으로 문 쪽을 쳐다보았다. 강희진의 귓불이 빨갛다 못해 거의 핏빛이었다.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내더니 쑥스러움에 고개도 들지 못했다. 대신은 위엄 있고 냉정한 황제가 대낮에 상서방에서 화비와 이런 일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놀란 나머지 사색이 된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폐... 폐하,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소신은...” 선우진의 목소리는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평소에 없던 조급함과 불쾌감이 섞여 있었다. “할 얘기라는 게 무엇이오?” 대신은 여전히 입을 열지 못했다. 강희진은 시선을 늘어뜨리고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부드러움도 섞여 있어 선우진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소첩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선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신을 쳐다보았다. “말해보시오.” 다리에 힘이 풀린 대신은 더듬거리면서 간신히 말했다. “폐하...” 강희진도 다리에 힘이 풀려 상서방에서 나오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춘희는 그녀가 빈손으로 나오고 또 안에 오래 머무른 걸 보고는 황제의 마음을 돌렸다고 확신했다. 아무 말 없이 강희진을 명광궁으로 데려온 다음 강원주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강원주의 시선이 강희진의 옷에 생긴 젖은 자국으로 향하더니 또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는 사람들을 전부 물리고 강희진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강희진은 두피가 찢어지는 듯이 아팠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역시 네 어미처럼 상스럽기 짝이 없구나. 상서방에서까지 폐하를 유혹하다니.” 강원주는 몸을 숙여 강희진의 볼을 꼬집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당장이라도 그녀의 부드러운 볼을 찌를 것만 같았다. 강희진은 아픈 나머지 저도 모르게 신음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데다가 얼굴의 붉은 자국까지 더해져 더욱 가련해 보였다. 질투심이 솟아오른 그녀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강희진의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쓸모가 있어 이를 악물고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폐하께서 네가 만든 음식을 드시고 뭐라 하시더냐?” 강희진은 입술을 깨물고 불안에 떠는 듯한 표정으로 강원주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폐하께서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단 음식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하셨어요.” 강원주는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려고 그녀를 뚫어져라 쏘아보았다. 그녀가 빤히 쳐다보아도 강희진은 무릎을 꿇은 채 가만히 있었다. 강희진의 두 눈에 오직 두려움과 당혹감만 보일 뿐 켕기는 게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번에 강희진이 거짓말을 한 바람에 하마터면 황제 앞에서 들킬 뻔했다. 그러니 어찌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알았다. 물러가거라.” 강원주가 차갑게 말했다. “날 속이려 들 생각은 마라. 거짓말을 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강희진은 고분고분 대답하고는 고개를 숙여 물러갔다. ... 해 질 녘이 다가올 무렵 내시부의 상선이 갑자기 찾아왔다. 강원주는 급히 주전으로 달려나가 상선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상선 나리, 폐하께서 무슨 분부가 있으셨나요?” “폐하께서 오늘 하루 종일 마마께서 만드신 음식을 드시고 싶어 하셨습니다. 방금 정무를 마치셨고 이따가 명광궁으로 갈 테니 저더러 마마께 알리라 하셨어요.” 상선이 웃으면서 말했다. “폐하의 입맛은 마마께서 잘 아시겠지요? 다과나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강원주는 속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겉으로는 환하게 웃으면서 상선에게 은자를 가득 남은 주머니를 건네고는 사람을 시켜 그를 배웅하게 했다. 춘희가 망설이다가 물었다. “마마, 무슨 음식을 만들어야 하옵니까?” 선우진이 단 음식을 좋아한다는 강희진의 말이 떠올랐지만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춘희에게 지시했다. “단 음식과 짠 음식을 반반씩 만들어라.” 춘희는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서둘러 부엌으로 가서 지시했다. 선우진이 도착했을 때 부엌에서는 막 음식을 상에 올리고 있었다. 강원주는 웃으면서 다가가 예를 갖춰 인사했다. “소첩 폐하께 인사드리옵니다.” “일어나거라.” 선우진의 눈빛이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려는데 갑자기 낯선 느낌이 들었다. 얼굴은 분명 그대로인데 그에게 주는 느낌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폐하께서 소첩의 솜씨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간단히 음식을 준비했나이다.” 강원주는 선우진의 눈빛이 달라진 걸 눈치채지 못하고 강희진의 모습을 흉내 내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입에 맞으시는지 어서 드셔보시옵소서.” 선우진은 그녀를 따라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 정교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서야 의심을 다시 거두었다.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그는 탁자 앞에 앉아 흰목이버섯찜을 보면서 혀끝에 감돌던 단맛을 떠올렸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적시고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은 순간 온몸이 갑자기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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