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54화

양현무는 어느새 강희진에게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본래의 목적을 떠올렸다. 한 사람은 대장군, 또 한 사람은 숙빈. 두 사람이 모두 입을 열었으니 선우진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강희진은 강원주가 서둘러 오기만을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양현무와 숙빈을 원망했다. 양현무가 강직하고 의로운 인물이라 생각했건만 결국 천하의 사내란 다 똑같은 법이었다! “경의 말이 옳소. 그렇다면...” “폐하!” 선우진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다급한 외침이 궁정을 울렸다. 긴박한 기색이 역력했던 탓에 강원주의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하고 우렁찼다. 이에 현장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문쪽을 바라보았다. 강희진 또한 소리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곧 그녀의 시야에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황급히 뛰어드는 강원주의 모습이 들어왔다. 급히 달려왔는지 옥잠과 보석 비녀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 “민빈이 어쩐 일인가?” 숙빈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애써 감추려 해도 어조에 담긴 적대감을 가릴 수 없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강원주는 거친 숨을 내쉬며 한참을 진정해야 했다. “소첩, 폐하께 문안 올립니다.” 그녀는 가볍게 허리를 숙여 선우진에게 예를 올렸다. 고개를 숙인 채 곁눈질로 강희진을 흘겨보며 눈빛에는 짙은 불쾌함이 어렸다. 강희진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슬며시 청심 옆으로 몸을 숨겼다. 이미 말을 듣고 가면까지 썼건만 끝내 눈에 띄고야 말았으니, 이는 자신의 탓이 아니었다. 다만 강원주가 이번만큼은 곤경에 처한 듯하여 강희진의 마음이 한결 유쾌해졌다. 조금 전의 불안과 두려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폐하, 이 아이를 양 장군께 드릴 수는 없습니다.” 강원주는 서둘러 막아섰다. “나를 업신여기는 것입니까?” 아침의 일로 이미 강원주에게 반감을 품고 있던 양현무는 그녀가 폐하 앞에서도 자신을 깔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더욱 격노했다. 강원주는 지금껏 양현무와 마주할 일이 없었으나 눈앞에서 자신을 날카롭게 노려보는 이 장대한 사내의 위압감에 본능적으로 주춤하며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