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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강희진은 선우진을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얼굴을 들고 한번 보자.” 선우진은 원래 궁녀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숙빈이 굳이 청하니 적당히 허락해 주려던 참이었으나 양현무의 말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숙빈이야 고집스럽고 제멋대로인 성정이지만 그가 직접 나서서 청할 정도라면 보통 인물이 아닐 터. 하물며 이 궁녀가 명광궁에서 나왔다면 더더욱 궁금했다. 강희진은 이를 악물고 마음을 굳혔다. 숙빈도 만만치 않지만 선우진은 그보다 더했기에 이 두 사람 앞에서 거역할 방도가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씁쓸히 중얼거렸다. 이 둘이야말로 천생연분이 아닌가. 똑같이 남을 곤란하게 만들기를 좋아하고 똑같이 억지를 부리며 똑같이 성가시기 짝이 없으니! 고개를 들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건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강희진의 눈빛에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녀는 무심한 듯 주변을 훑었다. 그저 스치는 시선일 뿐인데도 평소에 여색 따위 관심도 없는 양현무마저 순간적으로 넋을 잃을 정도였다. 강희진은 그 시선을 감지하고도 태연한 척했으나 미세하게 눈썹이 꿈틀였다. “본래 민비 곁에서 일했느냐?” 선우진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를 향해 내리꽂혔다. 피할 길 없이 그대로 맞닥뜨린 순간, 강희진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예. 전 명광궁의 궁녀이옵니다.” “폐하.” 그때 양현무가 불쑥 끼어들었다. “이 아이가 마음에 드는데 저에게 하사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이 일순 정적에 휩싸였다. 강희진은 숨이 턱 막혔다. ‘뭐라고?’ 다행히도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아무도 그녀의 당혹감을 보지 못했다. 선우진은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은 한층 더 강렬해졌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이 불길처럼 타올라 강희진을 옭아매는 것만은 분명했다. “폐하?” 숙빈이 조심스럽게 불렀으나 선우진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숙빈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지며 강희진을 향해 날 선 시선을 던졌다. “궁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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