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선우진이 가까이 다가가자 익숙한 향이 더욱 짙어졌다. 분명 강원주의 몸에서 맡아 본 적 있는 향이었다.
그러나 방금 강원주가 그에게 달려들었을 때는 이 향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은은히 번져 나오고 있었다.
강원주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폐하... 아니 되옵니다...”
야옹.
그때 옷장 뒤에서 통통한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녀석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궁전 한가운데를 느긋이 가로질렀다.
“...”
잠시 기묘한 정적이 흐르더니 선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옷장 안에는 무엇이 들었느냐?”
춘희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마마의 옷이 들었사옵니다.”
그렇다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평소 쓰던 향이 옷에 배어 옷장 주변에 퍼졌던 모양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원주는 다른 옷차림이었으니, 아마 옷을 갈아입으면서 향도 함께 사라졌을 것이다.
선우진은 넋이 나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강원주를 힐끔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눈곱만큼의 연민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 일 깊이 반성하도록 하거라.”
그 한마디만 남긴 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제야 춘희는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 땅바닥에 주저앉은 강원주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강원주는 휘청이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옷장 앞으로 달려갔다. 문을 거칠게 젖히자 그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강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원주는 그대로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
“감히 나를 농락해? 강희진, 살아 있는 것이 지겹더냐!”
강희진은 차디찬 바닥에 내팽개쳐지며 온몸으로 충격을 받았다. 뼈마디가 으스러질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이번 일은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강희진은 황제가 강원주의 접근을 불쾌하게 여길 거라 믿었고 그걸 계기로 황제가 진정 품고자 하는 여인이 강원주가 아닌 자신임을 깨닫기를 바랐다.
하지만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황제는 옥패를 발견했고 그녀의 거짓말까지 들추어냈다.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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