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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게... 소인은 잘 모르옵니다. 강희진이 자리를 떠난 후에 폐하께서 쫓아오신 건 사실이옵니다. 다만 계속 가짜 산 뒤에 계셨고 정 내관께서도 계속 소인을 막으시며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셨나이다. 그래서 잘 모르옵니다.” 춘희가 사실대로 말한 후 강희진이 말을 이었다. “당시 그곳에는 저와 폐하 둘만 있었습니다. 이 옥패는 폐하의 것이 분명한데 폐하께서 친히 주신 것이 아니라면 제가 빼앗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강원주는 그제야 의심을 거두었다. 겁이 많은 강희진이 황제의 물건을 훔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강희진의 손에 들린 옥패를 빼앗아 몸에 걸었다. 어차피 진짜 화비 강씨는 그녀이고 강희진은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벌레일 뿐이니까. “마마, 폐하께서 문 앞에 도착하셨사옵니다.” 궁녀가 급히 달려와 고하자 강원주는 놀란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이하여 이 시간에 오셨지? 강희진, 폐하께서 오실 거라는 얘기는 왜 하지 않았느냐? 또 나를 속인 것이냐?” 황제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본 춘희가 초조하게 말했다. “마마, 폐하께서 곧 들어오시옵니다.” 강원주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강희진을 구석의 궤짝 안으로 밀어 넣었다. 궤짝 문이 닫힌 순간 강희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소첩 폐하께 인사드리옵니다.” 선우진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입가에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또 살짝 굳어졌다. “어찌 면사를 쓴 것이냐?” 얼굴의 두드러기가 다 낫지 않아 감히 벗을 수 없었다. 강원주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오늘 아침 화장할 때 몸종이 서툴러 얼굴에 상처를 내었사옵니다. 폐하의 눈에 거슬릴까 봐 면사를 썼나이다.” 조금 전 가짜 산 뒤에서 입을 맞출 때 그녀의 턱에 있던 옅은 손톱자국이 떠올랐다. 비록 가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눈에 띄었다. 선우진은 그녀가 그것을 말하는 줄 알았다. “아까 다 봤는데 이제 와서 가리는 건 너무 늦지 않느냐?” 강원주는 황제가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소첩을 걱정해서 한 말이라는 걸 아나이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가 허리에 단 옥패를 보고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소첩 아주 마음에 드옵니다.” 다소 어리둥절해진 선우진은 왠지 모르게 혐오감마저 느껴져 그녀를 밀어내고 싶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친밀했는데 지금은 밀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체 무슨 문제지?’ 바로 그때 갑자기 익숙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건 어디서 난 것이냐?” 선우진은 갑자기 강원주를 밀어내고 옥패를 잡아 뜯으며 무섭게 따져 물었다. 깜짝 놀란 강원주는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안색이 갑자기 변한 황제와 그가 들고 있는 옥패를 번갈아 보았다. ‘폐하께서 직접 주신 게 아니었어?’ 강원주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강희진 이년이 또 날 속였어?’ 강원주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고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이건... 소첩이 주운 것이옵니다.” 겨우 핑계를 찾아낸 강원주는 주운 것이라고 잡아뗐다. 선우진의 안색이 어둡기 그지없었다. “어디서 주웠는지 똑똑히 말해 보거라.” 정확히 대답할 리가 없었다. 그녀가 켕기는 게 있다는 걸 더욱 확실하게 증명했다. “화비에게 도벽이 있을 줄은 몰랐구나. 이 옥패가 무엇인지 알기나 알고 훔친 것이냐?” 선우진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폐하, 살려주시옵소서. 소첩은 그저 이 옥패가 예뻐 보여서...” 강원주도 이 옥패가 평범한 옥패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속으로 강희진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선우진은 볼수록 이상한 것 같아 차라리 시선을 거두었다. “짐의 명령을 전하거라. 화비는 덕행이 바르지 않으니 오늘부터 금족령을 내린다. 짐의 명령 없이는 명광궁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강원주는 넋이 나간 나머지 용서를 구할 생각조차 잊었다. 명광궁 안의 사람들은 벌벌 떨면서 숨을 죽였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했다. 쿵. 그때 구석에서 갑자기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선우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쪽으로 걸어가자 강원주는 심장이 터져 나올 것처럼 쿵쾅거려 저도 모르게 낮게 말했다. “아니 되옵니다...” 선우진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해명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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