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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지금 바로 증명해 보여줄게요." 윤선미는 침대 밑에 있는 약상자를 끌어내 열었다. 차가운 아우라를 뽐내는 은침 9개 나란히 있었고 그녀는 그중 긴 침을 꺼내 빠르고 단호하게 곽동우의 다리 혈에 꽂았다. 그녀는 머리를 돌리며 진지하게 곽동우를 보며 물었다. "느낌 있어요?" 그 침은 아무런 느낌이 없던 그의 다리를 불러일으켰고 마치 개미한테 물리는 듯한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곽동우는 진지한 그녀의 예쁜 얼굴을 보며 수심이 깊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지문을 만지작거리며 머리를 돌려 담담한 척했지만 미간은 찌푸리고 있었다. 윤선미는 그가 아파하는 걸 알고는 침을 더 깊게 꽂았고 가볍게 말했다. "느낌 있으면 돼요, 제가 유명한 사람을 고친 건 아니고 의료 자격증도 없지만 당신 다리를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요." "매일 침 놓아서 고인 피를 배출하고 탕약이랑 마사지까지 같이 하면 적으면 한 달 정도, 많으면 반년이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겁니다." 곽동우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고 잘생긴 얼굴에 분노가 사라졌다. "뭘 원하는데?" 그는 사업하는 사람이라 공짜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윤선미의 손은 멈칫했고 조금 난감해했다. "소씨 가문에서 제 할머니를 해성으로 데려갔어요. 당신한테 있는 천원 그룹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원해요. 소미연이... 그쪽 사촌 형님한테 시집갈 수 있게 하려고 해요." 그녀가 시골에서 자란 촌년이긴 했지만 천원 그룹은 그녀도 들어보았다. 그건 국가를 아우르는 대그룹이었고 곽연 그룹도 해성에서 아주 큰 그룹이었지만 천원 그룹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프로젝트는 완전히 이익을 보는 장사였다. 윤선미는 불안해서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자원을 잃고 약혼녀까지 다른 사람한테 넘겨야 하는 곽동우가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곽동우는 비꼬듯 웃었고 그 모습을 본 윤선미는 실망해서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선 넘었어요." 그녀는 허리를 숙여 침을 빼고 약상자를 정리하고는 방을 나섰다. 곽동우는 실망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수심이 깊어졌다. 그는 침대 끝에 있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주욱아, 나야." 수화기 너머에 있던 남자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답했다. "도련님, 정말 깨났어? 난 내년에 벌초하러 가야 하는 줄 알았잖아." 곽동우는 간결하게 말했다. "천원 그룹이랑 곽연 그룹이 협력하는 자료 정리해 줘, 손 좀 써서." "알겠어." 주욱이 진지하게 말했다. "교통사고가 사고 아니었어, 하지만 흔적이 하나도 없고 증거도 찾을 수 없어." 곽동우는 싸늘하게 말했다. "조사 안 해도 돼, 누군지 알아." "설마 네 사촌 형님 일가야?" 주욱은 화가 나서 욕했다. "그 개자식이 자기가 능력 없으니까, 이따위 짓을 해? 너 자료 정리해서 넘겨줄 건 아니지? 그럼 내가 손 좀 많이 써야겠네." 곽동우는 그의 말을 끊었다. "너무 많이 신경 쓰지 말고 사람 한 명 알아봐 줘." "누군데?" "윤선미..." "아, 네 와이프." 주욱이 연신 말했다. 곽동우는 그의 호칭을 반박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 경력 알아보고, 큰 집이랑 관련 있는지도 알아봐, 필요하다면 암세력의 힘도 빌려." 그 말을 들은 주욱은 호흡이 가빠로와졌다. "그 말은 큰 집에서 보냈다는 거야? 그럼 위험한 거 아니야? 경호원 불러서 24시간..." 곽동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주욱의 불만을 차단했다. 그는 눈을 게슴츠레 떴고 불빛이 그의 옆모습에 비추었다 사라졌다 했다. 고집스러운 신혼 와이프를 떠올리자 그는 기다란 손으로 침대 변을 만지작거렸다. '어떻게 이런 우연히, 내가 다리가 병신 되자마자 소씨 가문에서 신부를 대신 보냈는데, 그 신부가 내 다리를 고칠 수 있대. 그 여자가 나한테 있는 프로젝트랑 바꾸기 위해 거짓말한 걸 수도 있잖아.' 그는 세상에 공짜가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생김새가... 거실, 윤선미는 새빨간 혼례복을 입고 계단을 내려왔고 도민서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딸 옷 가져왔어, 얼른 갈아입어, 나랑 같이 옷이랑 액세서리 사러 가자." "아니에요, 저..." 도민서는 그녀의 거절을 거절하고 그녀한테 얼른 옷을 갈아입으라 재촉하고는 기사를 데리고 해성에서 제일 번화한 쇼핑몰로 향했다. 쇼핑몰에 들어선 도민서는 바로 주워 담았다. "이거, 그리고 이것도! 모두 다 포장해 주세요, 선미야, 네가 입으면 아주 예쁠 것 같아." "너무 비싸요, 사실..." 윤선미는 곽동우가 시어머니의 예물이 주식에 잡혀있다던 말이 떠올라 걱정되었다. 이 옷들은 제일 싼 것도 몇백만 원이었고 그녀는 시골에서 반년이 걸려도 그 정도 쓰지 않았다. '내 적금으로 갚을 수 없잖아.' "어린 여자애는 이렇게 환하게 꾸며줘야 해. 며느리면 딸이랑 다름없는데, 모녀 사이에 이렇게 예의 차릴 거야?" 윤선미는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두 사람은 옷 가게를 쓸어 담고는 쥬얼리 샵으로 들어갔는데 하필 시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어머, 사모님, 쇼핑할 기분 있으세요? 아드님이 깨셨다고 들었는데 정말 축하해요. 아쉽게도 병신이 됐지만요... 그럼 곽씨 가문 상속권은 큰 집에서 가지겠네요." 그 귀부인은 입을 막고 고소해했다. 곽동우가 너무 훌륭해서 모두와 비교되었기에 그런 일이 생기자 다들 비꼬는 거였다. 도민서는 차갑게 답했다. "손 사모님, 그쪽 아들은 여자랑 놀아나다가 병원 들어갔다던데, 그러다가 여자 때문에 죽겠어요. 아니에요, 상관없죠, 무슨 상관있겠어요." "당신!" 귀부인은 분노가 가득 찼다. "내가 뭐요? 우리 아들이 다리가 병신이라고 해도 그쪽 아들보다 훨씬 나아요! 손씨 가문에서 명의를 많이 찾았어도 불임을 고칠 수 없다면서요, 손씨 가문이... 대가 끊기겠네요!" 도민서는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 손 사모님의 허를 찔렀다. 손씨 가문 독자가 그쪽으로 약하다는 건 해성에서 모두가 아는 비밀이었다. 하지만 그가 하필 약 먹고 하는 걸 좋아해서 웃음거리가 되곤 했다. 손 사모님도 지지 않고 말했다. "그쪽 아들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우린 언젠가 성진욱 어르신을 찾을 거예요, 그때 가서 사정하지 마세요!" "내가 그쪽한테 사정한다고요? 웃기시네! 우리 동우는 복 있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성진욱 어르신이 먼저 찾아와서 고쳐주겠다고 할 수도 있어요!" 재벌가의 싸움은 확실히 도민서가 이겼다. "당신... 우리 손씨 가문에서 아직 부지를 갖고 있는 거 잊지 마세요, 곽동우가 어떻게 곽연 그룹이랑 천원 그룹 프로젝트를 해결하는지 똑똑히 볼 거예요!" 손 사모님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가방을 들고 떠났다. 천원 그룹 프로젝트라는 말에 윤선미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도민서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제일 위층에 있는 유리장을 보고 말했다. "저 사파이어 목걸이 보여주세요." 판매원은 하얀색 장갑을 끼고 그 보석함을 꺼내며 말했다. "보는 눈이 참 좋으시네요." 윤선미는 가격에 0이 가득한 걸 보고 어지럼증이 나는 것 같았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는데 도민서가 이미 그녀에게 목걸이를 해주고 있었다. 물방울 같은 사파이어가 윤선미의 피부를 더 하얗게 비춰주었고 반짝이는 불빛이 그녀한테 비추자 그녀의 몸에 빛이 쏟아 내린 것 같았다. "아주 어울려." 도민서는 만족해했지만 윤선미는 고개를 저으며 이를 물고 정중하게 말했다. "어른이 주신 거라 거절하지 않는 게 맞지만, 이미 이렇게 많이 선물하셨기에 이 목걸이는 받을 수 없어요." "그래, 애가 참..." 도민서는 아쉽다는 듯 한 번 보고는 다시 목걸이를 넣었다. 윤선미는 그 틈을 타 자기 의문을 물었다. "성진욱 어르신이 무슨 신분이에요?" '왜 해성에서 돈 많은 사람들이 다 찾는 것 같지?' 도민서는 그녀의 팔짱을 끼고 가면서 말했다. "성진욱 어르신은 한의 권위자야, 침술이 아주 대단하고 불치병들을 많이 고쳤어. 무슨 병이든 침만 놓으면 다 치료할 수 있었어. 하지만 60세가 되자 바로 은퇴하셔서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고, 그저 제자를 받은 것만 알아." 만약 본인을 찾지 못한다면 성진욱의 제자를 찾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돈 많은 사람들은 더 몸을 잘 챙기기에 큰 병을 앓기 전에 명의를 알고 지내면 보장이 생긴다고 생각했었다. 그 말을 들은 윤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시골에 있었을 때, 이웃인 성 할아버지도 침술에 아주 능했고 두 다리의 막힌 경맥을 뚫어주는 방법을 그분한테서 배운 것이었다. 그녀는 순간 황당한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부정했다. '성 할아버지 본명이 성진욱이 아니잖아.' '같은 사람 아닐 거야, 한의 권위자가 어떻게 시골에 있겠어.' "성진욱만 찾으면 동우는..." 도민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그녀는 윤선미의 손을 놓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뭐라고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윤선미는 그녀의 눈빛이 순간 변했고 얼굴이 새파래진 걸 보았다. "그 개자식한테 딱 기다리라고 해! 내가 바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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