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하도훈은 어린 소녀를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지 잘 몰랐다. 게다가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길래 그녀의 기분이 안 좋아진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사탕을 받으려고 하지 않자, 그는 잠시 이마를 찡그리고 침묵을 지키더니, 결국엔 손에 들고 있던 사탕을 내려놓았다.
차는 한참을 달리다가 갑자기 멈췄다. 창밖으로 병원이 보이자, 가희는 순간 멈칫했다.
하도훈도 차가 병원에 도착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는 그녀에게 "차가 이미 병원에 도착했으니, 너도 언니를 보고 갈래?"라고 물었다.
가희는 약간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언니인 진이나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녀는 언니를 보러 병원에 온 적이 별로 없었다. 두 자매의 우애가 그렇게 깊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도훈도 그녀와 진이나 사이가 어떤지를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이 차이도 꽤 나고, 배다른 자매이니 별로 친하지 않은 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이나가 요즘 기분이 별로 안 좋은데, 네가 병문안 가면 아마 아주 기뻐할 거야."
그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고, 그녀를 강요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의 말을 들은 가희는, 꽉 움켜쥔 자신의 두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물었다. "언니 건강 상태가...요즘 많이 안 좋아?"
하도훈은 한참 동안 그녀에게 대답하지 않았고, 가희는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다시 꽉 움켜쥐었다. 언니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그녀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한동안 무서운 침묵이 맴돌았고, 한참 지나서야 가희는 하도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진이나도 너처럼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얼굴에는 약간 피곤한 기색이 맴돌았고, 미간에도 수심이 깃들어져 있었다.
그의 말투는 마치 그녀에게, 만약 진씨 가문의 두 딸 중에서 한 명만 건강할 수 있다면, 그건 언니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가희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고 그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자기 자신도 알 수 없는 죄책감마저 들면서 낯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언니가 건강하지 않은 게 내 잘못은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가희가 아주 어릴 때 들은 얘기에 따르면, 그녀가 진씨 집안으로 들어올 때 고희숙이 점쟁이를 찾아 점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점쟁이는 진씨 가문에는 딸이 두 명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셨고 자신은 아무런 생존 능력이 없었기에, 그녀의 아버지가 하는 수 없이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하도훈도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걸까?
순간 가희의 마음은 마치 모래시계처럼 어딘가 구멍이 난 것처럼 아팠다. 그녀는 속으로 정말 나 때문에 언니가 아픈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사람이라면 다 겁이 있기 마련인데, 그녀는 감히 옆으로 쳐다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하도훈은 그녀의 침묵을 눈치채고는, 본인이 뭔가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 난 별다른 뜻이 있었던 건 아니야."
비록 그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가 또 말했다. "가자, 네 언니도 널 보고 싶어 할 거야."
그가 가장 먼저 차에서 내렸다.
가희의 마음은 마치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가희도 하도훈을 따라 병실 입구까지 갔으나, 병실 입구에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진이나가 마침 두 사람을 보고는, 생각 밖이라는 듯 말했다. "가희야?"
둘이 같이 있을 거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해서인지, 진이나는 살짝 놀라웠다. 가희도 본인이 하도훈과 같이 나타나는 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찰나에,
하도훈이 가희의 앞으로 나섰고, 손에는 방금 벗은 외투를 든 채로 말했다. "방금 오는 길에 우연히 가희를 만나서 같이 데리고 왔어."
그는 아주 훌륭한 몸매를 갖고 있었고, 서있는 모습은 그의 멋진 허리 라인과 긴 다리를 더욱 부각시켰다. 검은색 정장 바지와 검은색 셔츠가 그의 진중한 분위기를 더욱더 강조시켜, 성숙한 남자의 자태와 아우라를 한껏 풍기게 하였다.
이는 긴 시간 동안 비즈니스를 하면서 생긴 자신감과 여유에서 묻어 나오는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