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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날 떠나지마

휴스턴 별장에 도착하고 김유정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고열로 침대 밖으로 내려오는 것도 힘들었다. 열은 쉽게 가시지 않고 반복되는 고열에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연수호의 개인 의사가 몇 번이고 집을 다녀와 겨우 열을 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어느덧 저녁이 되고 노을이 빨갛게 하늘을 물들였다. 저녁 바람이 창문에 걸린 커튼을 살랑이게 했다. 그러나 침대 위의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곤히 잠이 들었다. 연수호는 소파에 앉아 뚫어져라 그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유정은 꿈을 꿨다. 그 꿈에서 김유정은 다시 열 살 그해로 돌아갔다. 그 시절 김유정은 김씨 가문 아가씨로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 김유정은 이게 꿈이라 할지라도 깨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 눈가를 따라 주르륵 흘렀다. 연수호는 이 모든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빠르게 몸을 일으켜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김유정은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낮게 훌쩍이고 있었다. 연수호가 손을 뻗어 이마를 매만졌다. 아직도 미열이 있었다. “유정아.” 연수호가 낮게 이름을 부르며 눈가의 눈물을 쓸어내렸다. 김유정은 잠에서 깨지 않았지만 두 눈을 감고 작게 중얼거렸다. “날 떠나지 마... 제발 날 떠나지 마...” 이마에 놓인 손을 떼려는데 김유정이 그 손을 낚아채 소중하게 잡았다. 연수호의 차가운 손등에 뜨거운 온도가 느껴지고, 이어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떠나지 말아줘.” 버림받은 새끼 고양이처럼 불쌍하고 가냘팠다. 연수호는 다른 손으로 김유정의 손등을 토닥였다. 낮은 목소리는 아주 듣기 좋았다. “난 어디도 안 가고 여기 있을 거야.” 마지막 남은 동아줄이라도 쥔 것처럼 김유정은 그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연수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침대 옆으로 앉았다. 한 손은 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을 토닥이고 이마 온도를 체크했으며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나란히 붙어 있었다. 잠이 든 김유정은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얌전했다. 연수호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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