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0장 널 갖고 싶어
김유정은 길가에 서서 눈시울을 붉히며 연수호를 탓했다.
“목요일 오후에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고.”
그날 기점으로 김유정은 다시 연수호를 만나지 못했고 이름이 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1년, 2년이 지났지만 남자아이는 마치 증발한 것처럼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어린 김유정은 그 뒤로 비 오기 전이어야 개미가 이사한다는 걸 알고 비가 오기 전이면 둘만 아는 그곳으로 가곤 했다. 남자아이의 이름도 주소도 연락처도 모르니 남자아이의 아름다운 그림자는 5살이던 김유정의 기억에 잠깐 머물렀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점점 김유정도 연수호를 찾으러 가지 않았고 개미가 이사하는 것도 보러 가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 김유정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지만 하성초등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로 전학 가게 되었고 그 후로 남자아이의 그림자는 영원히 기억 속에 묻히고 말았다.
김유정은 평생 남자아이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야속하게도 운명은 김유정에게 장난을 쳤고 그 남자아이는 커서 연수호가 되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의 인연은 어릴 때부터 이어온 것이었다.
“나 갔어.”
연수호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김유정으로부터 한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서서는 고개를 숙여 빨개진 김유정의 눈시울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지각했을 뿐이야.”
연수호는 원래 토요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목요일 아침 갑자기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바로 출국해야 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손목에 묶은 붉은 실을 본 순간 찹쌀떡 같은 말캉한 얼굴에 번지던 웃음이 생각나 계류장에서 도망쳤다.
연수호가 하성초등학교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고 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약속 장소로 향했지만 김유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떼를 이룬 개미들이 하트 파이 부스러기를 나르는 것만 보였다. 연수호는 바보 같은 김유정이 개미들 주려고 하트 파이를 두고 간 거라는 걸 단번에 알아채면서도 돌아가는 길에 그가 약속을 어겼다고 울진 않았을지 걱정했다.
김유정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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