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9장 늘 무탈하고 원하는 바를 다 이루길
부이노스의 오후, 태양은 빠른 속도로 구름 속으로 파고들었고 채 3시도 지나지 않았는데 마지막 노을빛이 사라지고 말았다.
김유정은 어떻게 관람차에서 내려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아무 목적 없이 떠들썩한 거리를 누비며 머릿속으로 너를 좋아한 지 21년이 지났다는 말만 계속 되새겼다.
기억은 그렇게 21년 전으로 향했고 연수호의 흠 잡을데 없이 완벽한 외모와 도자기 인형 같은 작은 얼굴이 서서히 겹쳐 김유정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알고 보니 그녀가 5살 되던 해 홀딱 반했던 남자아이가 바로 연수호였던 것이다.
김유정은 찾는 사람이 없는 하성초등학교의 후미진 구석에서 예쁘장한 남자아이를 발견했고 오랫동안 그 남자아이에게 정신이 팔렸다.
처음 본 순간부터 김유정은 그 남자아이에게 다가가고 싶었고 함께 놀고 싶었지만 남자아이의 하얀 얼굴에 군데군데 난 상처와 차가운 말투, 그리고 표정에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두 번째로 찾아갔을 때 손에 든 땅콩 캔디를 남자아이에게 건네줬다. 김유정은 땅콩 알레르기가 있었기에 엄마가 먹지 못하게 해서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다른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고 무조건 매우 맛있을 거라고 생각해 남자아이에게 건네주며 친구가 되려고 한 것이었다. 남자아이는 김유정이 건넨 땅콩 캔디를 받았고 처음으로 김유정에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가을날의 태양보다 더 눈부셨다.
뒤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걸음 소리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상대를 방해하지 않을 맞춤한 거리였다.
여자가 앞에서 목적 없이 거리를 거닐고 남자가 뒤에서 느긋하게 따라갔다.
...
21년 전, 하성초등학교.
진청색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사람이 없는 연못가에 앉아 맑은 눈동자로 먼 곳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얌전하면서도 예뻤다.
“오빠.”
달콤한 목소리가 차분함을 깨트렸다. 딱 봐도 인형처럼 생긴 말 많은 여자아이가 찾아왔을 것이다.
‘이름이 뭐였지? 김유정이라고 했나?’
“오빠.”
어린 김유정이 남자아이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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