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장 빨간 머리 소년
캄캄한 거실, 술 냄새만 가득했다.
연수호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지그시 감고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었다. 쿵쿵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켜 보려고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입고 있던 셔츠는 답답함에 단추를 한두 개 풀어헤쳐져 있었다.
연수호는 키득키득 실성한 듯이 웃기도 했고 조롱하듯이 웃기도 했다.
가슴속은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
연수호는 한심하고 못난 자신이 너무도 미웠다.
자궁출혈이라...
혼자, 그것도 3일씩 입원까지 했는데 그걸 모르다니...
김유정은 연수호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근데 결국 중요한 순간에 곁에 있어 주기는커녕 점점 더 상처만 주었다.
그제야 김유정이 왜 그렇게 자신을 증오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는지 연수호는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미웠을 것이다.
아주 미웠을 것이다. 연수호 자신도 미워죽을 것 같으니 말이다.
연수호는 자신의 다리에 조용히 기대어 자는 애봉이를 어루만지며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
그 시각, 부이노스.
저녁 10시가 되니 밖에는 눈이 내렸다.
경성에서 보지 못했던 눈이 부이노스에 내렸다.
김유정은 옷을 두껍게 입고 바닷가의 산책로를 걸었다.
앞에 보이는 부둣가에서는 사람들이 공연도 하는 것 같았다. 무슨 날인지 사람들이 둘러싸여 북적북적 시끄러웠다.
거리에는 다른 나라 언어들로 대화가 오갔다. 낯설지만 이상하게 평화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다니다 김유정은 카페 한곳을 찾아 들어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주문하고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가게에 앉아 형형색색의 사람들을 하나둘씩 지켜보고 있었다.
김유정의 시선을 얼마안가 한곳에 멈췄다.
가게와 멀지 않은 곳에 빨간색 스포츠카 하나가 주차되어 있었다.
운전석에는 빨간색의 머리를 질끈 묶고 놀랄 정도로 흰 피부를 가진 남자가 앉아 있었다.
김유정은 차 안의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재밌네.”
우유를 거의 다 마시자 김유정은 시간도 늦었겠다 슬슬 자리를 뜨려고 하였다.
가게를 나서 부둣가로 향하는 중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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