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장 이혼 절차
휴스턴 별장.
드넓은 저택 안, 거실 소파 옆에만 스탠드 조명이 켜져 있었다. 은은한 빛이 소파 위 남자의 실루엣을 어른거리게 만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새로운 실로 꿰맨 염주가 놓여 있었다. 다행히 알은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연수호는 소파에 기대앉아 손가락 사이에 반쯤 태운 담배를 끼운 채 한 모금도 빨지 않았다. 시선은 줄곧 그 염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겉으로는 전과 똑같아 보이지만, 원래의 끈이 이미 끊어져 버린 이상 아무리 수선해도 예전 같지는 않았다.
소파 위에 덩그러니 놓인 휴대폰이 한참 울렸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손끝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까지 담배가 다 탈 무렵, 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전화는 여전히 초조하게 울려 댔고, 그는 힐끗 화면을 본 뒤 통화를 받고 스피커 모드로 전환했다. 그리고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약간 감고 한마디 툭 내뱉었다.
“말해.”
“도련님.”
전화 건너 들려온 건 안수철의 목소리였다.
“헌터바 쪽에서 사모님을 봤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 말에 살짝 감았던 그의 눈이 번쩍 떠졌다.
“지금 술집에 있다고?”
“네.”
...
한편, 연지호는 술잔을 들고 김유정 옆에 섰다.
혼자 술을 들이켜는 모습이 꽤 취해 보이는데, 아무래도 연수호와 다툰 것 같았다.
연수호가 떠오르자 연지호는 순간 조금 주춤해졌고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다행히 연수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이 쉬울 거라며 그는 슬쩍 미소 지었다. 만취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면 뒤이어 벌어질 일도 제대로 기억 못 하겠지 싶었다.
연지호는 히죽거리며 김유정의 옆자리에 앉았다.
“형수님, 왜 여기서 혼자 술 마시고 있어요?”
김유정은 술기운이 올라 몽롱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정신을 놓은 건 아니었다.
상대가 누군지 정도는 목소리만 들어도 바로 알아차렸고, 그녀는 머리를 괴고 앉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요.”
연지호는 주머니에서 손가락만 한 작은 유리병을 꺼내더니 티 나지 않게 흰색 가루를 김유정의 술잔에 슬쩍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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