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장 백혜지를 위한
김유정의 눈빛은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
연수호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누가 그렇게 말했어?”
“아니면 나를 위한 거야?”
김유정이 비웃듯 피식 웃었다. 그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고는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겠지. 차마 거짓말은 못 하겠으니까. 백혜지를 위한 게 틀림없어.’
김유정은 쓴웃음을 거두고 그의 면전에서 손에 쥐고 있던 염주를 망설임 없이 바닥에 내던졌다.
순식간에 까만 염주 알들이 시멘트 바닥에 부딪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안수철은 차 곁에서 그 광경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린 채 연수호의 반응을 살폈다. 역시나 연수호의 눈에서 순식간에 온기가 사라지고 뚜렷한 분노가 치솟았다.
그는 속으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아랫사람인 그들조차 연수호가 염주를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다. 1년 전 부처님 앞에서 직접 빌어 온 뒤로는 한 번도 손에서 뗀 적 없었다.
“김유정!”
연수호는 얼음장 같은 표정을 한 채 격분한 목소리로 김유정의 손목을 꽉 붙들었다.
“뭐 하는 짓이야!”
김유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화를 내면 낼수록 염주가 소중하다는 뜻이니까.
연수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비웃음 어린 표정을 노려봤다.
잠시 후, 그는 분을 억누르듯 하나하나 힘주어 말했다.
“주워.”
“웃기지 마.”
백혜지를 위해 빌었다는 염주를 왜 그녀가 주워야 한단 말인가.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연수호의 눈빛은 살기마저 감돌았고 손목을 잡은 힘도 더 거세졌다.
김유정은 코웃음 쳤다.
“너한테야 중요하겠지만 나한텐 쓰레기일 뿐이야.”
그녀는 그의 손을 세차게 뿌리치고 분노에 찬 눈길을 한 번 던진 뒤 그대로 자신의 차로 올라탔다.
문을 쾅 닫고는 기사에게 이정 별장으로 돌아가자고 지시했다.
검은색 차량이 뒤에서 지나갈 때, 연수호는 길가에 선 채 얼어붙은 표정으로 차가운 분노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련님.”
연수철이 다가와 길바닥에 흩어진 염주 알들을 얼핏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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