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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장 한걸음에 한 절

휠체어 바퀴가 절 마당을 천천히 굴러가며 영광사 밖으로 나왔다. “혜지야, 연 대표가 너한테 보통이 아니네.” 강순자는 백혜지의 휠체어를 밀며 싱글거렸다. “누가 알았겠니, 그 사람이 이렇게 자주 와서 네 무사 평안을 빌었을 줄은.” “이모, 수호는 결혼했어요. 저를 위해 뭘 해줬건 다 지난 일이죠.” 백혜지는 옅게 미소 지었다. “이 일은 우리만 알고 있으면 돼요. 괜히 수호랑 유정 씨 앞에서 말하지 말아 주세요. 유정 씨 기분 상하면 또 수호한테 화낼 거예요. 저는 수호가 곤란해지는 걸 원치 않아요.” “알았어, 혜지야.” 강순자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목소리로 휠체어를 밀었다. “그런데 김유정 씨는 꿈에도 모르겠지? 연 대표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마음이 깊은 줄.” “이모, 유정 씨는 불쌍한 사람이에요.” 백혜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내가 남편의 진심 어린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 불쌍한 거잖아요. 설령 수호의 몸이 유정 씨 곁에 있다고 해도 마음은 없으니까요. 수호가 유정 씨한테 하는 말은 다 겉치레일 뿐이에요. 어쨌든 유정 씨는 김씨 가문의 맏딸이고, 수호도 김씨 가문의 체면은 생각해야 하니까요.” “사람 사는 거야 직접 겪어 봐야 아는 거지.” 백혜지는 고개를 돌려 강순자를 보며 미소 지었다. “유정 씨가 자꾸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도 속이 쓰리기 때문이에요.” 백혜지의 목소리는 점차 멀어졌고, 두 사람의 모습도 이내 사찰 대문을 지나 사라졌다. 김유정은 사찰 마당의 돌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차가운 눈빛으로 멍하니 있었다. 얼마 후, 승복 차림의 공택 스님이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 “공택 스님.” 김유정이 일어나 그를 불렀다. “잠시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요?” ... “혹시 연수호 씨의...?” “아내입니다.” 고요한 뜰 안, 늦가을 바람이 불어 마당 가득 깔린 누런 낙엽을 뒤흔들었다. 공택 스님은 소박한 옷차림에 단정한 얼굴을 한 그녀를 보며 온화하게 웃었다. “아, 연수호 씨의 부인이시군요.”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준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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