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장 그냥 김유정, 네가 좋아
김유정은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수호에게 잡힌 그녀의 손가락 끝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너도 알잖아. 내가 말주변이 없는 거...”
연수호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날에는 화가 나서 그랬어.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물론 너도 화난 상태에서 한 말이 대부분이겠지만...”
김유정은 코끝이 시큰해졌다.
‘홧김에 뱉은 말이라...’
어떤 말이 화가 나서 한 말이고 어떤 말이 진심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김유정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네 말이 맞아.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들어 그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봤다.
“내가 가진 거라곤 괜찮게 생긴 얼굴에 젊은 나이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까지 나를 붙잡을 이유는 없다는 거지. 네가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은 수도 없이 많고 그중에 나보다 더 젊고 예쁜 여자는 얼마든지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런 여자들 찾아가.”
“내 뜻은 그게 아니라...”
연수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설명했다.
“난 그냥 김유정, 네가 좋은 것 뿐이야.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네가 뭘 가졌는지는 상관없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내가 다 줄 수 있으니까.”
“그냥 넌 내 곁에만 있어 주고 나랑 함께 있어 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조차 이젠 안 되는 거야?”
그가 말을 마치자 둘 사이에는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안 돼?”
귓가에 울려 퍼지는 그 두 글자 속에서 김유정은 그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추기태였다.
“큰 아가씨, 연 대표님.”
가까이로 다가오고 나서야 추기태는 자신이 두 사람의 사이를 방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서 안절부절못했다.
“추 집사님.”
김유정은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연수호는 조금도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연수호의 팔을 뿌리치고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